오피니언 사설

뚜렷해진 화장문화, 화장장 부족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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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화장률이 52.6%를 기록해 처음으로 매장을 앞섰다고 한다. 뿌리 깊은 매장 문화 때문에 국토의 1%가 묘지이고 매년 13만여 기의 묘가 여의도만 한 땅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화장률은 매년 3~4%포인트 늘고 있어 이대로 가면 2010년에는 70%를 넘길 수도 있다.

그런데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화장은 느는데 화장장은 몇 년째 46곳 그대로다. 특히 전체 화장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의 화장장 부족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주민들은 춘천.홍성 등의 지방으로 가 화장한 뒤 장지로 돌아오기도 하고 화장장을 제때 못 잡아 4일장이나 5일장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서울 원지동, 경기도 부천 등 10여 곳에 화장장을 새로 지으려고 하지만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부닥쳐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자치단체장들도 주민 반대에 편승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일부 단체장은 앞장서서 반대하기까지 한다. 눈앞의 이익만 취하려는 얄팍한 술수에 다름없다.

요즘 나무나 화초.잔디에 유골을 뿌리거나 묻는 자연장(葬)이 매장의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이것도 화장이 제대로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자칫하다가 화장.자연장 선호 추세가 꺾이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정부는 화장장을 새로 설치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요금 인하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반대하는 지역에는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화장장 설치를 유도해야 한다. 국회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자연장 도입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