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추리연극 『광란의 가위질』 |10년간 연속공연 대기록 |비뮤지컬로는 최장수…관객 250만명 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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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관객들이 연극진행에 직접 참여하는 독특한 형식의 코미디추리극『광란의 가위질』 (Shear Madness)이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며 10년 연속공연의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 1월29일로 만10년 공연기록을 세운 『광란…』은 비뮤지컬로서는 최장공연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었으며 그동안 동원된 관객도 2백50만명에 이르는 신기록을 세웠다.
『광란…』은 남녀공용 미용실의 이름으로 이 미용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추리극형식으로 풀어나간 코미디물. 면도용비누거품이 면도하러온 남자손님의 얼굴전체를 뒤덮어 버리고, 머리를 감던 손님이 세면대에 처박혀 『사람살려』라고 소리지르는등 우스꽝스러운 연기와 개그가 청중의 끊임없는 폭소를 자아낸다. 그 와중에 미용실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며,「닉」이라는 거구의 형사가 등장해 연극을 이끌어 간다.
이때부터 단순히 재미있는 코미디물이던 『광란…』이 추리형식을 도입하게 된다.
이 연극이 선풍적 인기를 끌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추리과정에 관객을 끌어들이고 관객의 추리에 맞춰 극을 전개시킨다는 점이다.
닉형사는 미용실을 두리번거리다 갑자기 멈춰선 뒤 관객을 향해 『담뱃불 좀 빌려주시오』라고 외쳐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단서가 될만한 것이 없었을까요』라고 관객에게 질문한다. 심지어 닉형사는 막간의 휴식시간에 관객을 불러 수사자문을 얻기도 한다.
이같이 관객의 참여열기를 고조시킴에따라 관객들은 등장 배우가 닉형사에게 거짓진술을하면 『아니예요!』라고 고함치기 시작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발표하기 시작한다.
더욱 획기적인 것은 막을 내리기 직전 닉형사는 관객 한명을 불러내 『범인을 지목하라』고 한뒤, 그 관객의 추리에 맞춰 범인을 색출하고 연극을 끝맺는다. 따라서 『광란…』은 항상 결말이 유동적이며 그날의 관객에 따라 범인이 달라지는 것이다.
한 연극평론가는 『관객을 끌어들이는 독특한 형식이 성공의 열쇠다. 관객들은 누구나 연극에 참여하고 싶어하며 이 연극은 이러한 욕구를 충분히 수용함으로써 직접 게임을 즐기는것처럼 극중에 빨려 들어가게 한다』고 이 연극의 대성공 배경을 설명했다.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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