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1일만에 흔들린 우애…금태섭 두고 박영선·우상호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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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정책엑스포in 서울 행사장에서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정책엑스포in 서울 행사장에서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동의하기 어렵다. 박영선 후보가 이 발언을 거두어주길 바란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우상호 의원이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경쟁자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우 남매’를 자처하며 경쟁을 시작한지 단 11일 만이다.

두 후보의 설전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금태섭 전 의원에서 비롯됐다. 박 전 장관은 전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금태섭 전 의원의 출마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금 전 의원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금 전 의원이 그동안 당에서 남들이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많이 해서 공격도 많이 받았지만, 그런 것을 우리가 보듬고 품이 넓은 민주당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우 의원은 “이런 후보를 끌어안는 것이 민주당의 ‘품 넓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박 전 장관을 비판했다. 우 의원은 “(금 전 의원이) 3자 단일화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른바 ‘반문재인 연대’에 참여해 대통령을 흔들겠다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과 대척점에 선 순간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또 “한때 같은 당 식구여서 끌어안아야 한다면 안철수 후보, 김종인 위원장, 이언주 후보도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끌어안고 연대해야 할 대상은 열린민주당, 정의당, 시대전환 같은 범진보진영”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이 설전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3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민생 현장 방문 일정에 동행할 때만 해도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반갑게 얼싸안으며 “오래 기다렸다”, “고생했다”는 덕담을 주고받았다. 특히 우 의원은 박 전 장관을 ‘누님’으로 부르고, 박 전 장관은 우 의원을 ‘동생’이라 호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선 최종 일정이 다가오면서 두 사람 사이에도 불편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박 전 장관이 뒤늦게 움직이면서 두 선거 캠프 사이에 이른바 ‘사람 빼가기’, ‘사람 지키기’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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