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망설이는 사이…反중국 결속 끌어올리는 美·日·인도·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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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홍콩문제를 둘러싼 미·중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도와 호주가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아사히와 산케이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인도와 호주 총리 화상 정상회담 #해상교통 등 안보분야 협정 체결 #중국와 갈등 겪는 양국 의기투합 #미국과 일본 등과의 협력도 확인 #아베의 일본도 대 중국 압력 높여 #'인도태평양 구상' 국가 연계 강화

지난해 4월 호주의 모리슨 총리(왼쪽)와 인도의 모디 총리가 태국에서 열린 EAS정상회담에서 사진촬영을 한 뒤 함께 자리를 뜨는 모습. 양국은 지난 4일 화상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호주의 모리슨 총리(왼쪽)와 인도의 모디 총리가 태국에서 열린 EAS정상회담에서 사진촬영을 한 뒤 함께 자리를 뜨는 모습. 양국은 지난 4일 화상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AP=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4일 화상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해상교통로의 중요성을 확인하며 연료 보급 등에서 서로 협력하는 후방지원협정을 체결했다.

양국은 외교·방위분야 장관급 협의(2+2)도 실시키로 했다. 산케이 신문은 "인도가 '2+2'협의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미국, 일본에 이어 호주가 세번째”라며 “호주와의 관계를 그만큼 중시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동안 인도는 호주와의 안보협력이 ‘대 중국 포위망 구축’으로 비칠 가능성 때문에 조심스러운 자세를 유지해왔다”며 “그런 인도가 호주에 접근하는 것은 북부 카슈미르 지방에서 중국과의 대치가 심화되는 등 중국과의 마찰 확대가 이유”라고 했다.

호주 역시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호주가 코로나19와 관련한 중국의 책임을 추궁하자 중국은 자국민의 호주여행 자제 등 무역분야에서의 보복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공식적으로 인도와 호주 양국 정부는 “정상회담에서 중국 문제가 화제로 오르지는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양국의 안보적 결속을 중국 문제와 별도의 차원에서 생각하기는 어렵다.

2017년 9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인도 아마다바드의 고속철 착공식에 참석한 모습. 이날 일본은 인도에 1900억 엔(약 1조9480억원)의 차관을 약속했다. [AP=연합뉴스]

2017년 9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인도 아마다바드의 고속철 착공식에 참석한 모습. 이날 일본은 인도에 1900억 엔(약 1조9480억원)의 차관을 약속했다. [AP=연합뉴스]

특히 양국 관계는 단순히 두 나라만의 관계를 넘어서 미국·일본이 주축이 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과도 이어지고 있다. 인도와 호주는 미국·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이 구상의 핵심 국가들이다.

모디 총리와 모리슨 총리는 4일 회담에서 미국·일본과 협조한다는 입장에 의견일치를 봤다. 모디 총리는“양국의 연계는 2개국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지역, 또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며 "양국 관계의 심화는 공통의 가치관과 이익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더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도 “지역의 중요한 우호국들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국을 거론했다.

인도와 호주뿐만 아니라 일본 역시 최근 중국에 대한 공세적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달 말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으로부터 전 세계로 확대된 것은 사실", "일본은 미국과 협조하면서 각종 국제적 과제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10일 국회에서 아베 총리가 "홍콩 문제와 관련해 G7(주요 7개국)이 성명을 내는 문제를 일본이 리드해 나가겠다”고 밝히자 중국 정부가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스캇 모리슨 호주 총리와 호주 다윈지역의 전몰자위령비를 찾아 헌화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AP=연합뉴스]

지난 2018년 스캇 모리슨 호주 총리와 호주 다윈지역의 전몰자위령비를 찾아 헌화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AP=연합뉴스]

일본 정치권에서도 대중국 강경론이 거세지면서 당초 올봄으로 예정됐다가 연기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과 관련해 “올해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줄을 잇고 있다.

미·중 갈등의 파고가 거칠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을 염두에 둔 인도와 호주의 ‘안보 협력 라인’이 구축되고, 결과적으로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의 주요 국가들인 미국-일본-인도-호주의 결속이 확연해지는 흐름이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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