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전두환 하사금으로 건립’ 표지석 모두 뗀다

중앙일보

입력

충북도교육청이 도내 교육 시설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표지석을 모두 철거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전두환 각하' 표지석. [연합뉴스]

충북도교육청이 도내 교육 시설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표지석을 모두 철거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전두환 각하' 표지석. [연합뉴스]

충북교육청이 과거 학교 건물에 설치한 전두환 전 대통령 표지석을 모두 떼어내기로 했다.

충북 초·중·고교 7곳서 발견…박물관 전시 예정

 10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22일까지 충북지역 교육 관련 시설 600여 곳을 전수조사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는 듯한 준공 표지석 7개를 찾았다. 1983~1987년 건설된 도내 초·중·고교 7곳의 관사와 별관에 설치된 것이다.

 대리석으로 만든 표지석에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하사금으로 건립됐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가로 30㎝, 세로 20㎝부터 가로 50㎝, 세로 30㎝ 등 크기는 다양하다. 표지석은 대부분 건물 출입구 아래쪽에 붙어있다. 김동영 충북교육청 학교혁신과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은 건물을 마치 개인이 돈을 하사해 건립한 것처럼 표지석을 설치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철거한 표지석은 충북교육박물관에 옮겨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충북 음성군의 한 중학교에 1987년 건립된 관사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표지석(빨간원)이 붙어있다. [사진 충북교육청]

충북 음성군의 한 중학교에 1987년 건립된 관사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표지석(빨간원)이 붙어있다. [사진 충북교육청]

 표지석이 설치된 건물 6곳은 교원이 쓰는 관사였다. 나머지 1곳(보은여고)은 과거 생활관으로 쓰다 현재 동아리방으로 활용하는 건물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관사를 제외한 본관과 체육관 등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건물을 다시 짓거나, 증·개축을 한다”며 “표지석이 붙은 관사와 별관은 준공 이후 시설개선을 거치지 않아 그동안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충북교육청 역사바로세우기 추진단은 표지석 확인한 이후 학교장과 외부자문 위원을 불러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표지석을 떼어내 폐기하기보다는 별도의 장소에 보관해 교육 자료로 활용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추진단은 표지석을 떼어낸 자리에 사진 자료와 철거 경위를 담은 안내문을 설치하기로 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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