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통령 정치중립 의무’ 공소장 적시…칼끝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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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3명의 주요 피의자에 대한 공소장에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치러진 울산시장 선거를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부정선거로 보고 오는 4·15 총선 이후 청와대 윗선 수사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선거에 부당한 영향 안 돼” #총선 뒤 청와대 윗선 규명 예고 #임종석·이광철 등 수사 이어갈 듯 #검찰 “문 대통령 거론은 시기상조”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최근 불구속기소한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에 대한 70여쪽의 공소장 서문에 “공무원은 누구를 당선되게 하거나 낙선시키기 위해서 정치적 행위를 해서는 아니되고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자는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쳐선 아니된다”고 적었다. 특히 “대통령이나 대통령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보다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 요구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 혐의를 나열하기에 앞서 서문에서 선거와 민주주의, 선거에 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대해 별도로 견해를 표명하고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대통령도 선거 중립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아마도 이런 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공소장 비공개를 결정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공소장 내용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줄기차게 ‘민주주의의 가치인 공정과 정의를 해치기 때문에 검찰권 행사의 제1 대상은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이라고 밝힌 것과 맥락이 같다.

검찰은 2018년 6·13 울산시장 선거가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경찰·정부 기관 등과 합심해 벌인 ‘당선 프로젝트’이자 ‘부정선거’로 판단한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잠재적 경쟁 후보자를 정리하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 수사를 경찰에 청탁하는 등 마치 청와대와 송철호 선거캠프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것이다.

법조계는 송 시장 등에게 유죄가 선고될 경우 정권 정당성도 흔들 수 있는 핵심적 사안이라고 해석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향후 이미 한 차례 소환 조사한 ‘청와대 내 2인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넘어 선거 부정의 최초 지시자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문 대통령이 수사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대해선 너무 앞선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윤석열 총장이 4월 총선 이후 수사 재개하겠다고 했으니 임 전 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에 대한 수사는 이어나갈 것 같다”며 “대통령 수사는 지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역시 “지금 문 대통령을 거론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헌법상 대통령 수사가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다고 돼 있다. 현직 부장검사는 “대통령 주변인을 불러 대통령이 지난 선거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수사할 수는 있으나 대통령 자체를 수사하는 건 헌법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가영·김수민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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