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불법파견 은폐’ 정현옥 전 노동부 차관 1심 무죄…검찰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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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 사진은 지난해 11월 5일 정 전 차관이 영장실질심사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 사진은 지난해 11월 5일 정 전 차관이 영장실질심사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을 알고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정현옥(62) 전 고용노동부 차관과 권혁태(64)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손동환)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차관과 권 전 청장에게 “검사가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삼성 측으로부터 불법파견으로 결론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보긴 어렵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정 전 차관 등은 지난 2013년 고용노동부의 수시 근로감독에서 삼성전자서비스 AS센터의 불법파견이 인정된다는 결론이 예상되자 삼성 측에 유리한 결론이 나오도록 감독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압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부는 정 전 차관 등과 삼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두고도 “삼성과 유착해서 이뤄진 직권 행사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삼성 측에서 정 전 차관 등을 접촉해 결론을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삼성에 흘러들어간 고용노동부 회의 문건의 유출자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직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정 전 차관 등이 장본인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내용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전 차관이 근로감독관들이 불법파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게 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는 점에 대해서 “장관 보고를 위한 문건 등 3개 보고서에 차관은 참석자로 기재돼있지 않았고, 회의 당일에는 종로구의 국무총리 공관에서 오찬에 참석해 물리적으로 회의시간 10시30분에 고용노동부 청사를 떠났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들의 직권행사가 있었더라도 수시감독 근로감독관들이 불법파견 의견으로 입장이 수렴되지 않았다”며 “피고인들이 불법파견이 아닌 것이라고 결론 내달라는 삼성 측 부탁을 받았거나 불법파견을 저지하기 위해 직권을 행사하고 불법파견 아닌 것으로 결론을 냈다는 혐의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 문건을 발견한 뒤 진위를 확인한 결과, 근로감독관들은 불법파견이 맞는다며 수사로 전환하자는 의견이었는데 정 전 차관이 보고한 내용대로 결론이 늦춰진 끝에 반대 결론이 나왔다”며 “그 사이에 정 전 차관은 삼성 측에 불법파견의 요소를 개선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유하자면 수사관들의 의견을 상급자가 묵살한 채 결론을 바꾸고, 한편으로는 피의자에게 연락해서 혐의가 될 만한 사실을 고치도록 알려준 것”이라며 “그런데도 무죄 판결이 나와 안타깝다”고 밝혔다.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왼족)과 권혁태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현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 [뉴스1]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왼족)과 권혁태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현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 [뉴스1]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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