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일 갈등에 일주일째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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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이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사태를 주시하면서 여러 대응 방안을 놓고 상당히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베, 트럼프 무역전쟁 전술 베껴 #미국이 중단시킬 명분 약해” 분석

워싱턴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6일(현지시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에 미국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침묵하고 있다. 한·일 위안부 문제에서 “지독한 인권침해”라며 도덕적으론 한국 편을 들며 중재에 적극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의 무대응을 놓고는 국익과 상관없는 주권국가들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철저히 적용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한·일 갈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질문에 “한·일 양국 모두 동맹이자 친구”라며 “북한을 포함한 지역의 공통 도전에 직면해 한·미·일 3국의 강력하고 긴밀한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원론적 답변을 반복했다. 미 언론들도 경제지 외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일 양국이 워싱턴을 상대로 외교전을 벌이는 상황도 미국이 나서지 못하는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친분 외에 일본의 로비력도 미국이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며 “일본이 ‘무역 문제’라는 전략을 쓴 것도 미 행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일본은 트럼프의 무역전쟁 전술 교범을 베꼈다”며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규제를 경제 외교의 수단으로 쓴 것을 계속 관찰해 왔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이 미 상무부의 대중국 화웨이 기술 수출 금지를 모방한 것이란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북아 양대 동맹인 한·일의 관계 악화를 지켜보기만 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외교 소식통은 “국무부는 한·일 반도체 무역분쟁이 미국 경제에 영향을 주고, 중국과 북핵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등의 개입 명분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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