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협력업체 줄도산 위기 … 한전 미지급금 빠른 해결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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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선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장

류재선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장

청와대 게시판에는 한국전력공사가 배전공사 협력업체들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협력업체 800여 개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의 청원이 여러 건 등장한다. 한전협력업체로 등록되어 운영되고 있는 800여 개 전기공사기업이 시행한 배전공사에 대해 공사비를 받지 못해 경영난에 시달리다 못해 올리는 글들이다.

기고

한전 측에 따르면 공사비 지급이 내년까지 미뤄질 것은 확실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배전 협력회사 미지급액은 약 6000억원가량이며, 올해 사업비 중 미집행 잔액으로 미지급금을 일부 처리토록 하겠다고 설명했으나, 올해 예산 잔액이 그에 못 미칠 것으로 보여, 실질적으로 내년이 되어서야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전배전협력업체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배전공사 전문인력을 최대 14명까지 상시 고용하고 있어야 한다. 그 말은 한전에서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더라도 전기공사업체 사장은 14명의 급여를 미루지 않고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행한 공사에 대해 비용이 지급되지 않으면 전기공사업체 사장은 빚을 내서라도 임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우리 협회는 최근 발생한 한전 배전공사 미지급 사태와 관련해 한전과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전의 미지급금 지급이 내년까지 미뤄지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당장 내년 초에 지급한다는 예산은 2018년이 아닌 2019년 예산이 될 것이다. 결국 내년에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이 중요한 화두다. 한전과 배전협력업체는 상생의 파트너로서 동반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시공한 공사에 대한 적정의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상생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기공사기업 대표들이 직원들의 임금 지급을 위해 은행 문턱을 넘어 대출을 알아보는 동안 한국전력공사가 1691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대표적인 전력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말하는 ‘상생’이 곳간을 열어 자신들만 따뜻한 연말을 보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영하로 떨어진 수은주에도 전기공사 기술자들은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칼바람 부는 전신주를 오르고 있다. 전기공사기업에도 마음의 여유가 찾아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배전공사 비용 미지급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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