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쿠르트 스캔들|죽하 정권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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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의 전·현직수상 및 부수상을 포함한 거물 정치인 14명이 리쿠르트사 주식을 둘러싼 내부자거래 스캔들에 말려「다케시타」(죽하등) 정권이 흔들거리고 있다.
정치인들의「금권오염」은「다나카」(전중각영) 전수상의 정권을 침몰시킨 록히드 부정사건 보다 더 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그 충격이 너무나 커 일본정계인사들을 중계로 하는 각국 정치·경제인사들의 대일 로비활동도 중단위기에 직면했다.
사건은 일본의 부동산정보지발행 및 정보통신·서비스·컴퓨터 대여 사업등으로 경제계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리쿠르트사가 2년전 자회사의 비상장주식을 정치인 및 경제계·언론계인사에게 듬뿍 나눠줌으로써 빚어졌다.「다케시타」수상의 경우는 전비서가 리쿠르트-코스모스사의 비상장주식 2천주를 6백만엔에 양도받아 해당주식의 상장직후에 1천만엔에 매각,차액을 따갔으며「나카소네」(중증근강홍)전수상의 비서도 모두 2만6천주, 차기 수상의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아베」(안배진태낭)자민당 간사장 비서가 1만7천주,「와타나베」 (도변미지웅)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장남(비서)이 5천주씩 받아 각각 상장 직후 처분함으로써 거액을 손에 넣었다.
역시 수상 후보 경쟁자이며 정부의 금융·세제업무를 총괄하는「미야자와」(궁택희일)대장상(부수상 경무)도 본인 이름으로 1만주를 받아 적지 않은 매각 이익을 보았다.
「나카소네」씨가 2년 전 당시수상으로 있을 때 같은 파벌의 핵심인물로 관방장관직을 맡았던「후지나미」(등파효생)의원과「와타나베」(도변수앙)전관방부장관도 1만주 이상씩 리쿠르트사로부터 양도받은 사실이 탄로 났으며 일본교육의 지도자적 위치에 있는 전문부성차관마저 이 대열에 끼여 일본국민들을 경악시켰다.
리쿠르트사의「에조에」(강부호정·52)회장 (사건직후 사퇴)은 빠르게 성장한 젊은 기업인으로서는 특출하게 85년 정부의 세제조사회특별위원·토지대책검토위원·교육과정심의회위원으로 활동하는등 당시「나카소네」수상과 밀착된 관계가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며 그는 정계요직에 앉아있는 인물들의 비서등을 통해 비상장 주식을 양도해주고 그 댓가로 자신의 사업영역을 확장하는데 지원을 받으려 했다는 강한 의혹을 받고있다.
스캔들을 일으킨 정치인 당사자들은 국회, 또는 기자회견 장에서 『비서가 한 일이라서 나는 모른다』『비서가 내 이름으로 주식을 매매해 알 수가 없다』고 변명하기에 급급해 일본정치가 도덕적으로 타락했으며 정권이 통깨로 부패했다는 여론의 공격에 몰리고 있다.
더우기 집권 자민당의 주식내부자거래를 둘러싼 의혹을 밝혀내겠다고 별러왔던 사회당·공명당등 야당들은 당소속의원들 조차 이 스캔들에 연루되고 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일본정치인의 주식양도는 정치자금관계법이나 소득세법의 규제를 받고 있으나 신고·납세의 의무가 1년 12만주 이상으로 한정되어 있고 비상장주식의 내부자거래 및 상장 직후관련 주식 매각에 대해서는 전혀 규제가 없다는데서 현행법의 맹점으로 드러났다.
일본을 움직이는 내노라하는 관련 정치인들이 현단계에서 법의 심판대에 올라서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그들은 이미 법의 허점을 이용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난7월 일본의 최고재판소(대법원)는 리쿠르트사의 내부자거래와 비슷한 뇌물사건에 대한 상고심 공판에서 『주식가격이 올라갈 것임이 분명한 비상장 주식의 양도는 증수뢰죄의 대상이 된다』는 법률해석을 내려 앞으로 리쿠르트사 사건에도 이같은 해석이 적용될 것인지 여부가 최대관심사가 되고 있다.
검찰은 이미 리쿠르트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으며 뇌물성 여부를 밝히는데 중요한 자료로 보이는 민방TV국의 보도용 비디오테이프를 압수함으로써 언론의 취재·보도의 자유침해문제로까지 파급되고 있다.
리쿠르트 주식양도 사건은 내년 가을 일본의 수상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동경=최철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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