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아껴 써도 적자 못 면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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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보도사진상 - 최우수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14일 서울 사당역사거리에 갑작스레 강한 비가 내렸다. 때마친 폐지를 모아 수레에 싣고 길을 건너던 한 노인이 속수무책으로 비를 맞았다. 그러다 비에 젖어 폐지가 무거워지자 옮기는 것을 멈추고 체념한 듯 인도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궜다.

<이달의보도사진상 - 최우수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14일 서울 사당역사거리에 갑작스레 강한 비가 내렸다. 때마친 폐지를 모아 수레에 싣고 길을 건너던 한 노인이 속수무책으로 비를 맞았다. 그러다 비에 젖어 폐지가 무거워지자 옮기는 것을 멈추고 체념한 듯 인도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궜다.

지난해 소득이 적은 가구일수록 적자를 봤을 확률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17년 가계동향조사(지출부문)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경상소득 기준으로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지난해 소비지출은 평균 110만7000원이었다. 평균적으로 볼 때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지출했다는 의미다.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 평균 110만원 소비지출 #식자재, 주거비 등 위주로 아껴썼지만 적자 #월소득 300만원까지 적자 가구 다수 존재 가능성 #300만원 이상부터는 소득이 지출 크게 앞질러 #전국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7000원 #자동차 값 및 유류비 포함된 교통비 비중이 가장 커

적자 가구가 비교적 많이 존재할 가능성이 큰 구간은 월 소득 300만원 미만까지였다. 월 소득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 구간은 소지비출액이 평균 164만7000원, 소득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 구간은 소비지출이 209만원이었다.

월 소득 300만원이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졌다. 월 소득 300만원 이상 400만원 미만 구간의 소비지출액은 257만원이었고 월 소득 4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 구간의 소비지출액은 305만원이었다. 월 소득 500만원 이상 600만원 미만 구간은 332만원, 600만원 이상 구간은 441만원을 소비하는데 지출했다. 상대적으로 적자 가구가 많지 않으리라고 인식할 수 있는 수치들이다.

다만 이 조사에는 소득과 지출 간 비교 기준 시점과 조사 대상이 다르다는 한계가 있다. 통계청은 소득과 지출을 같은 표본에서 조사해오다가 지난해부터 지출을 떼어내 별도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유수덕 통계청 복지통계과 사무관은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위한 다목적 표본 중 8700가구를 선정해 36개월간의 소득과 지출 내역을 조사했지만 조사기간이 너무 길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응답률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1년에 1만2000가구를 지출 전용 표본으로 별도 선정해 매달 1000가구씩 조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과 지출 조사 표본이 다른데도 소득 대비 지출액을 발표한 건 소득 수준에 큰 변화가 없다는 가정 하에 국민이 전체적인 소득과 지출간 상관 관계를 참고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 7000원이었다. 지출 항목별로 보면 교통(14.4%), 식료품·비주류 음료(14.1%), 음식·숙박(13.9%), 주거·수도·광열(11.1%) 순으로 지출 비중이 높았다. 교통은 대중교통비뿐 아니라 자동차 구매비와 연료비가 포함되는 개념이다. 식료품이 식자재 자체의 구매비용인데 반해 음식·숙박비에 포함되는 음식비는 주로 외식비를 말한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원이었고 지출 항목별로는 교통(15.1%), 음식·숙박(14.7%), 식료품·비주류 음료(12.5%), 주거·수도·광열(10.4%)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저소득층일수록 생활 필수 항목에 대한 소비 비율이 높았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에서는 식료품(20.9%), 주거·수도·광열(19.3%), 보건(10.7%) 순으로 지출 비중이 높았다. 반면 월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는 교통(16.7%), 음식·숙박(13.9%), 식료품(11.5%)의 순서로 지출 비중이 높았다.

2017 가계동향조사 지출 부문 주요 통계

2017 가계동향조사 지출 부문 주요 통계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37만 3000원이었는데 지출 비중은 주거·수도·광열(18.1%), 음식·숙박(16.6%), 교통(12.9%) 순이었다. 4인 가구는 소비지출이 379만 8000원이었다. 30대 이하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50만 3000원, 60대 이상 가구는 181만 1000원이었다.

노인가구도 구성원 수에 따라 지출액이 천차만별이었다. 1인 노인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78만 7000원, 부부 노인가구는 159만 7000원, 자녀가 동거하고 있는 노인가구는 243만 7000원이었다.

가구주 연령이 34세 이하인 청년 가구의 경우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60만 8000원이었다. 청년 가구 중 자녀가 없는 부부 가구의 소비지출액이 314만 5000원으로 자녀가 있는 가구 등 기타 가구(300만원)보다 많아 눈길을 끌었다.

세종=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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