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반도가 中 영토? 통역실수, 외교전쟁 부를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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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왕치산 '한반도는 중국 주권 범위' 발언 논란 전말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이 “한반도는 중국의 핵심이익”이라 말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에 휩싸였다. 만일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당장 한국 정부가 엄중하게 항의해야 할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는 통역의 실수를 검증 없이 인용한 언론의 오보다.

통역 실수 확인않은 오보로 논란 확산

왕치산

왕치산

일부 외신과 국내 언론은 왕 부주석이 2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해 “한반도 안전 상황은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련이 있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했다.

만일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외교 문제로 비화하고도 남을 중대 사안이다. 한반도가 중국의 주권 범위에 속한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용어에서 ‘핵심이익’은 절대적으로 침해당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주권 혹은 영토와 관련된 문제를 가리킨다. 현재 핵심이익이라 표현하는 사안은 티벳 문제나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이다. 모두 중국의 영토이거나 영토라 주장하는 곳이다. 여태까지 중국의 어느 당국자도 한반도를 핵심이익이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

왕 부주석의 실제 발언은 이랬다. 그는 중국어로 한반도 관련한 중국의 정책 원칙에 대해 설명하던 중 “한반도 문제는 확실히 중국의 이해와 관련된다(實在對中國利害攸關)”고 말했다. 이를 통역이 영어로 옮기면서 ‘이해’란 단어를 ‘핵심이익(core interest)’으로 번역했다. 이는 로이터 통신 등에 그대로 인용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동영상 확인 결과 왕 부주석은 ‘핵심’이란 단어를 말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왕 부주석의 발언은 포럼 공식 홈페이지(https://www.forumspb.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날 왕 부주석의 발언은 중국 외교부의 공식 브리핑때에도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리커창(李克强)총리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는 한반도의 이웃국가로서 한반도 문제의 향방이 중국의 이해에도 관련된다는 의미다.
중국 외교용어에서 '이해'와 '핵심이익'은 천양지차로 의미가 다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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