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반대만 있고 대안은 없는 한나라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나라당이 어디에 갔는가. 요즘 시중의 논란거리는 온통 정부.여당이 만들어낸다. 양극화 문제나 증세 논란, 부동산 대책, 교육 대책…. 그 주장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국민의 눈과 귀는 모두 정부.여당의 입에 쏠려 있다. 겨우 한나라당이 관심을 끄는 건 성추행이니 황제 테니스니 하는 국민의 회초리를 청할 일밖에 안 보인다.

그런 와중에 박근혜 대표는 28일 기업인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던진 화두를 비판한 것이 전부다. 이 정권의 양극화 접근방식을 비판하면서도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증세 문제에 대해서는 "봉급 생활자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며 남의 말을 전했다. 그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언론들이 지적한 내용을 반복한 것 이상 무엇이 있는가. 교육의 3불(不) 정책에 대해 "죽어가는 교육을 어떻게 살리겠다는 처방은 없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자신은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감세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이 시행 첫해에 최소 4조~5조원, 전면 시행되는 2030년에는 170조원의 세금이 들어간다는 기초연금제를 내놨다. 이 정권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비판하면서 그보다 더한 포퓰리즘을 쫓고 있다.

박 대표는 "올바른 정치 리더십만 있다면 얼마든지 선진국 도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 올바른 정치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여당안을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보다 한 발짝 앞선 비전을 제시하고,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처방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으로 심판을 받고 국정 운영을 맡겨 달라고 말하는 게 지도자의 길이다.

박 대표의 강연에서 비판할 거리를 찾기 힘들다. 내놓은 것이 없으니 비판받을 것도 없다. 비판을 받지 않는 건 당장은 기분 좋은 일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당이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언론으로부터 무시당하면 집권의 기회도 사라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