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레프트 - 뉴라이트 열린 대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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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정책포럼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이태수·임경순·김형기·임혁백 교수(왼쪽부터).

교과서포럼
박효종·전상인·김종석·김일영 교수(왼쪽부터). 김상선 기자

뉴라이트와 뉴레프트가 만나 소통을 시도했다. 29일 한국선진화포럼이 코엑스에서 주최한 열린대토론회에 뉴라이트의 '교과서포럼'과 뉴레프트의 '좋은정책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8명의 교수가 나와 과거사와 양극화 문제, 성장잠재력 확충, 남북관계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양측의 인식 차이는 컸지만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보였다. 토론자들은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서는 치열한 토론을 하다가도 의견이 비슷한 부분이 나오면 "생각이 같은데 이쪽으로 넘어와도 되겠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주최자인 한국선진화포럼 관계자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 이대로는 한국 사회가 선진화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번 토론을 마련했다"며 "두 진영이 의사 소통을 시도한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남덕우 선진화포럼 이사장(전 국무총리)은 "격차가 있는 것을 양극화란 말로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다양한 견해도 많았지만 접점도 없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자리 증가와 인적 투자 확대가 양극화 해소책=교과서포럼 측은 양극화를 빈곤화의 문제로, 좋은정책포럼은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했다.

교과서포럼의 전상인 서울대 교수는 "양극화 문제의 본질은 소득 격차가 아니라 빈곤의 확산과 고착"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극화로 몰고 가면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해야 한다는 잘못된 처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해결책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를 늘리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뉴레프트 측의 이태수 현도사회복지대학 교수는 "지금 양극화 문제는 성장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고, 성장을 하면 할수록 더 심화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역할을 놓고도 이견이 있었다. 일자리 확대와 복지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이 있었다. 뉴라이트의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나눠주기식 재분배의 실패는 이미 입증됐다. 생산적 복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좋은정책포럼의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도 "단순히 현금을 지급하는 복지는 관료제로 인한 비효율과 수혜자의 의존성을 강화시킨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저소득층의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정부의 사회적 투자가 확대돼야 하며 (개개인의) 혁신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 성장잠재력 확충 방안=뉴라이트의 전 교수는 "무엇보다 지난 5년간 정지되다시피 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한국 사회는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건전한 소득 증가보다는 정부의 보조금, 부동산 투자 등으로 소득을 얻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생산적 활동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레프트의 김 교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지식.지방.여성.중소기업.부품소재산업.서비스업 여섯 가지를 꼽았다. 또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는 "지속 가능한 진보를 위해서는 스타 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소기업들의 혁신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재 50% 수준에 불과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 과거사 평가와 바람직한 남북관계=뉴라이트의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산업화.민주화는 민주주의와 시장질서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건국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386 진보주의자들은 민주화가 건국과 산업화의 열매라는 점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386 진보진영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려면 한국의 과거와 화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뉴레프트의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권위주의적 체제가 돼야만 산업화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박정희 정권은 산업화를 위해 권위주의적 독재를 한 것이 아니라 독재를 위해 산업화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 분야도 이견이 있었지만 한.미동맹의 강화 등에 대해서는 공통점을 찾았다. 좋은정책포럼의 임 교수는 "남북 협력과 한.미 협력이 균형을 이뤄야 하고 강력한 한.미동맹은 대화 중재자로서의 남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교과서 포럼의 박 교수는 "북한에 대해 화해와 포용을 추진하되 인권 개선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고, 성균관대 김일영 교수는 "양측의 미래 지향점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과거를 보는 눈이 차이가 난다"며 "차이점만 부각하지 말고 서로 접점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의 사회를 맡은 이승훈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견해차가 많았지만 세계화와 시장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 한.미동맹의 강화와 선진형 복지가 필요하다는 부분은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평했다.

◆ 참가 단체는=교과서포럼은 지난해 1월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편향된 역사인식을 심어준다며 이를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들이 중심이 돼 결성됐다. 좋은정책포럼은 올 1월 '지속 가능한 진보'를 표방하면서 중도 및 중도좌파 성향의 학자들이 모인 단체다. 기존 진보와 달리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한국형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김원배.윤창희 기자<oneby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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