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노사분규 장기화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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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대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노사분규외 훙역을 치르고있다.
5월들어 현대건설노조설립을 둘러싼 노사간의 마찰로 불붙기 시작한 분규는 울산 현대자동차·현대중전기·현대정공 (울산·창원공장)등 4개업체로 확산됐으며, 노사간의 첨예한 대립은 현대건설노조설립추진 위원장 서정의씨피랍사건, 정몽구회장 (정공) 연금사태, 현대자동차의 직장폐쇄등으로 이어져 심각한 국면을 맞고있다.
현대자동차측은 1일 5월30일부터 시작된 근로자들의 파업에 맞서「무기한 직장폐쇄」라는 극약처방을 내렸으나 노조측 또한 6일간휴업으로 이에 대응, 분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직장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현대자동차에 2만여개의 부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국내5천여 부품업체의 조업단축등 연쇄파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건설 서씨납치사건은 검찰이 주범 이신차랑씨 (47) 를 검거, 납치전모를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일단락됐으나 노사쌍방간의 감정적 앙금등 후유증은 심각하다.
◇현대자동차=국내 자동차제조업체중 최대규모(종업원 2만5천명)와 최고의 매출액(87년=2조8천4백2억원)을 자랑하며 현대그룹내에서도 가장 순이익이 높은 업체로 꼽히는 현대자동차는 이번 임금협상과정에서 내부보다는 대외적 파급영향에 더큰 고민을 해왔다.
노조측이 요구한 월13만4천9백25원의 인상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해도 그동안 협상과정에서 이미 3차례나 상향조정을 거쳐 제시한 7만8천원인상선을 초과할 경우 기본급인상률은 28%를 넘게된다 (일시지급금 15만원빼면 24%) 는 점에서 난색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자동차측은 이같은 임금인상효과가 현재임금인상이 진행중이거나 앞으로 시작될 수익이 저조한 다른업체에 미칠경우 타격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직장폐쇄」라는 불명예를 감수 하고라도 노조측에『더이상 양보할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노조측은 무작업·무임금(No work No pay)원칙에 따라 파업기간및 직장폐쇄기간중 임금을 받지않기로 결의하는 한편, 1일부터 6일간 휴무한뒤 대의원대회를 거쳐 자신들이 요구액을 다소낮춰 협상을 재개한다는 방침.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회사측이 파업3일만에 직장폐쇄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너무 성급한 조치였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무려 2배에 가까운 임금인상액의 차이를 놓고 벌이는 노사간의 대립이 실마리를 찾으려면 상당한 양보가 있기위한 진통과 시일이 필요할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서정의씨납치사건과 관련, 회사간부중 어느선까지 형사책임이 따를 것인가 하는점이 숙제로 남아있다.
정훈목현대건설사장은이와관련『관계기관의 수사결과 회사간부가 이사건에 관련됐음이 밝혀질경우 사규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이명박회장을 비롯한 회사고위층은 이사건과 직접관련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지난달10일부터 실시한 현대건설 노조설립 과정에서의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조사한 결과 이명박회장을 비롯한 일부회사간부들이 부당노동행위와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적발, 최재동 관리이사를 노동조합법위반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피해근로자 10명중 서씨를 제외한 9명은 사업주의 처벌을 원치않고 있으며 서씨 또한 검찰수사가 끝날때까지 처벌의사를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업주를 입건하더라도 처벌은 않고 끝날 전망이다.
◇현대정공 (창원·울산공장)=창원공장분규는 지난달27일부터 근로자들에게 연금돼있던 정몽구회장이 만5일만인 1일낮 12시에 풀려남으로써 한 고비를 넘겼다.
이에앞서 노사양측은 지난달31일밤 철야협상을 갖고▲앞으로 진행될 노사협상은 합법·평화적으로 진행하고▲사용주측은 유기철사장에게 일체의 협상권한을 위임하며▲노사협상이 끝날때까지 노조원들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등의 원칙에 합의, 농성을 풀었다.
그러나 분규의 쟁점이 되고있는 임금인상폭 (노조측=1인당13만1천1백48원, 회사=4만원)의 의견차, 정회장의 불법연금에 따른 관련근로자 형사처벌 문제등은 분규재연의 불씨로 남아 있다.
또 파업기간중인 지난달27일밤 귀가도중 부상을 당해 중태인 관리직원 김영진씨 (27·개발부), 뇌를 다쳐 입원 치료중인 홍종만씨(26·개발부)의 사건처리도 노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정공 울산공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임금협상(노조측=기본급10만7천1백53원인상, 회사=2만6천3백42원)결렬후 지난달26일부터 8일째 파업을 계속중이며 이과정에서 근로자 윤중한씨 (28) 는 조합간부와의 시비끝에 칼을 꺼내 자살미수극을 벌이기도 하는등 현대그룹의 노사분규는 변수를 안은채 시간을 끌 가능성이 크다. <김창욱·허상천·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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