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의 횡포, 정부의 자업자득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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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번 사태는 북한 정권의 '실체'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아직도 거짓과 억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측 선원 등을 명백하게 납치하고도 '자진해 올라왔다'는 식으로 우겨왔다. 이것도 문제지만, 남측 기자들이 '납북자'라고 표현하는 것까지 시비 거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이런 행태는 '북한 체제'를 가급적 이해하려는 남측 국민으로부터도 반발을 사 결코 화해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평양 지도부는 명심해야 한다.

북한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 데는 우리 정부의 물러 터진 대응도 한몫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행사 때도 이번과 유사한 행태를 보였다. 그러나 당시 통일부는 "진상을 더 알아봐야 한다"는 등 한가한 소리만 냈다. 고위 당국자는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으나, 이번 사태로 그의 다짐은 허언(虛言)임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이번 행사에 참가한 우리 당국자들이 또다시 '체제와 문화 차이'를 들먹이며 '기자들의 양보'를 사실상 요구했다는 점이다. 이 정도로 북한의 비위를 건드리려 하지 않으니 북한이 횡포를 되풀이하는 것 아닌가.

현재 북한은 경제난과 고립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비록 사리에 맞지 않는 북한의 언행이라도 가급적 이해해 줄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렇게 도를 넘어선 폭력적 위협에 대해선 그에 상응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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