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금감원·공정위의 골프비리 연관 밝혀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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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선 골프회동의 참석자 가운데 유독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의 참석 사실을 극구 숨기려 한 것부터가 석연치 않다. 이 차관과 총리실은 이 총리가 사퇴할 지경에 이르기까지도 류 회장에 대해서는 거짓말과 말 바꾸기로 일관했다. 청와대는 미수에 그친 로비행각이라며 실제 로비는 없었던 것으로 정리하는 모양이지만 이는 그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만약 로비를 했다면 로비의 성사 여부에 관계없이 골프모임의 성격이 확연히 달라진다. 단순히 3.1절에 부적절하게 골프를 친 것이 아니라 특정 업자가 로비를 위해 의도적으로 마련한 자리에 총리가 참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한국교원공제회의 영남제분 주식거래 과정과 주가조작 의혹도 밝혀져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다며 조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대량 거래와 주가 폭등 등 주가조작의 징후가 명백한데도 문제 없다며 팔짱만 끼고 있었던 이유도 함께 밝혀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4년 밀가루 담합 조사 때 유독 영남제분만 현장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도 의문이다. 공정위는 또 골프회동 다음날 영남제분에 대해 3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류 회장만 검찰고발 대상에서 뺐다. 왜 그랬는가.

정부는 총리의 퇴진과 관계없이 그간에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정부 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또 감독기관의 부당한 봐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야 한다. 만일 이 과정에서 비위사실이 드러날 경우 검찰에 고발해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공직자의 비리는 사퇴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