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빠진 15일 남북 회담은 서울-평양 대리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예술단의 평창 겨울 올림픽 파견 문제를 협의하는 15일 남북 실무협의는 ‘벤치 싸움’이라는 평가다. 회담 ‘선수’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수석대표를 맡으려 했지만, 예술단 운영에 한정하자는 북측의 역제의로 남북 회담 경험이 없는 대표들로 갑자기 구성돼서다. 북측은 또 지난 13일 이런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보내와 회담을 준비할 시간도 사실상 14일 하루뿐이었다. 회담 관계자는 “오늘(15일) 협의는  남북이 기 싸움을 하는 장소가 아니다”며 “공연을 위한 아주 실무적인 내용을 논의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15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북한 예술단의 평창 겨울올림픽 파견 문제와 관련한 전체회의를 했다. 테이블 왼쪽이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남측 대표단이다. 테이블 오른쪽 북측 대표단의 여성 대표가 현송월 모란봉 악단 단장이다. [사진 통일부]

남북이 15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북한 예술단의 평창 겨울올림픽 파견 문제와 관련한 전체회의를 했다. 테이블 왼쪽이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남측 대표단이다. 테이블 오른쪽 북측 대표단의 여성 대표가 현송월 모란봉 악단 단장이다. [사진 통일부]

그러나 이날 협의는 조 장관의 언급대로 이를 모니터링하는 서울과 평양의 조언(훈령)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다. 당장 이날 오전 10시 10분 시작한 전체회의는 25분 만에 끝났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과 북측 단장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 운영국장이 기조연설문을 낭독하고 곧바로 정회한 셈이다. 전체회의 연설문은 회담과 관련한 서로의 입장을 담고 있다. 전체회의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서로 전달하고, 그 자리에서 이견조율을 시도하면서 합의문이나 공동보도문 초안을 서로 주고받는다. 그러곤 수석대표 접촉과 대표접촉 등을 통해 이견을 줄여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9일 전체회담도 65분을 진행했다. 남북은 전체회의를 짧게 한 대신 오후 12시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의견조율을 시도했다. 전체회의를 지켜본 서울과 평양에서 회담 전략과 입장 등을 정리해 회담장으로 전달한 내용을 토대로 수석대표 간 협의에 들어간 것이다.

15일 전체회의 25분만에 종료 #서울, 평양 실시간으로 회담 모니터링 #청훈과 훈령 오가며 서울, 평양 의중 일일이 물어야 #조명균 "서울서 실시간으로 돕겠다"

수석대표접촉 역시 25분 만에 끝났다. 남북 회담에 임했던 전직 통일부 당국자는 “통상 경험이 많은 회담 대표가 나설 때는 사전에 논의한 전략을 바탕으로 상당 부분 현장에 자율권을 준다”며 “오늘 같은 회담에서는 서울에서 일일이 챙기면서 회담 지원을 하고 있고, 북측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측과 협상하는 시간보다 서울이나 평양에 접촉 내용을 보고(請訓)하고, 이를 토대로 서울에서 회의를 통해 어떻게 하라는 지시(訓令)를 받는 절차를 되풀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담장 밖의 현장 지원 요원뿐만 아니라 서울이나 평양의 회담 관계자들 간 간접 회담이 펼쳐지고 있다는 뜻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이날 회담장으로 향하는 대표단에 ”어제 저희가 협의한 대로 차분하게 하시라”며 “서울에서 실시간으로 보고(듣고) 있으니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시고, 저희도 서울에서 실시간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