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 총리 스스로 분명한 거취를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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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마당에 정치권은 골프다, 성추행이다 해서 옥신각신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더군다나 진실 규명은 차치하고 5월 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하면 당리당략에 유리하게 국면을 이끌어 갈 것이냐에 매달리고 있으니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총리 거취 문제가 국정 운영에 주는 부담도 너무 크다. 이 정부에서 총리의 역할은 막강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분권형 국정 운영으로 총리에게 많은 역할을 위임한 데다 대통령과 총리의 개인적인 관계까지 얽혀 역대 최고의 실력자가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총리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고 대외 활동까지 중단했다. 야당이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하고, 여당 내에서는 계파 간 갈등까지 겹쳐 시간을 끌수록 국정은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3.1절 골프'와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은 청와대가 "계속해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청와대가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누가 믿어 주겠는가. 이 총리의 처신으로 이 정부는 이미 신뢰를 잃어버렸다. 또 사실을 규명할 때까지 국정이 표류하도록 마냥 기다려야 할 것인가.

이 총리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내용만으로도 총리로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총리의 처신이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 스스로 거취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것이 시중의 여론이다. 반쪽 총리로 행동의 제약을 받으면서 모든 진실을 가리도록 기다리기에는 총리의 자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