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매하고 암둔한 남쪽”…험담하던 북한 매체, 대남비난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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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1일 게재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 이날 이후 노동신문을 비롯해 다수 북한 매체들이 대남비난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1일 게재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 이날 이후 노동신문을 비롯해 다수 북한 매체들이 대남비난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이 3일 판문점 전화 연락 채널을 다시 개통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 매체에서 지난 1일부터 대남비난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한 날이다.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는 등 남쪽을 향해 화해의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1일부터 3일 현재까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을 비롯한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에 대한 분석 결과 정부를 직접 비난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남쪽을 비난하는 내용의 글은 하나도 싣지 않았다. 이와 반대로 주일미군과 일본의 대미추종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북한 매체들이 지난해 매일같이 우리 정부의 외교ㆍ안보 정책을 비난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변화는 눈길을 끈다.

특히 노동신문은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도 ‘사대와 굴종으로 차례질 것은 치욕과 재난’이란 제목의 논설에서 “남조선 당국이 미국에 적극 추종하면서 반공화국 제재와 핵전쟁 도발 책동에 광분한 것도 온 겨레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라며 “괴뢰들은 사대와 외세 의존의 악습에 빠져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같은 날 다른 기사에서는 우리 정부가 유엔의 새 대북제재 결의를 환영한 데 대해 ‘망둥이를 본뜨는 꼴뚜기’, ‘우매하고 암둔하기 짝이 없는 천치’ 등의 험담을 쏟아냈다.

남쪽을 향한 비난이 주를 이뤘던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에서도 새해 들어 대남 비난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신년사 이후 북한 매체에서 대남비난이 거의 실종됐다”라며 “최고지도자가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으니 북한 매체의 분위기도 바뀐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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