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이있는책읽기] 훔친 뒤 사고판 물건 주인이 되찾을 근거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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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누군가가 불법으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를 갖고 있다면 그것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일은 정당할까? 유엔 산하 사법통일국제연구소는 1995년 '도난.불법으로 반출된 문화재 반환에 관한 협약'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한번 떠난 문화재를 다시 가져오기는 쉽지 않다. 약탈된 과정을 밝히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다양한 문화 교류의 결과이므로 자신들이 소장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 문화재를 돌려주세요'(이브 펭기이 글, 교학사)는 아프리카 기니의 소년 부바카가 대대로 내려온 족장의 지팡이를 되찾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오면서 벌어지는 얘기다. 부바카는 센강에서 낚시를 하다가 우연히 프랑스 소녀 니나의 비밀 수첩을 건진다. 니나는 "떨어졌든 누가 훔쳐갔든 내 소중한 수첩이라는 점은 똑같다"면서 애타게 수첩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부바카는 니나를 찾아 수첩을 돌려주고 니나는 부바카가 파리 박물관에 전시된 족장 지팡이를 찾게 도와준다. 결국 부바카는 우여곡절 끝에 비공식적으로 지팡이를 반환받는다.

이 이야기에서는 '주운 거야? 훔친 거야?', '주는 거야? 빌려주는 거야?', '누가 제 임자야, 누가 도둑이야?'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훔쳐간 지팡이가 전시된 박물관에서 그 지팡이를 다시 훔치면 누가 도둑일까? 두 어린이가 겪는 딜레마는 우리에게도 깊은 고민을 던진다.

최근 우리 정부는 프랑스와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관한 본격적인 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이 기회에 어린이들과 함께 '내가 잃은 소중한 물건'과 '해외로 간 우리 문화재'를 견주어 보면서 문화재 반환 요구의 정당성에 대해 글을 써 보면 좋겠다.

김지은(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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