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항공정비사업에 자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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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조원

김조원

검찰 수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각종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조원 사장 “부품 산업 살길” 강조 #정부 내달까지 사업자 선정 기대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조원(사진) 사장은 지난 1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항공정비사업(MRO)을 해야 항공부품 산업이 살고, 항공산업이 한국 제조업의 주축으로 우뚝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국가 정책사업의 일환으로 항공기정비(MRO)시행자를 선정하기 위해 막바지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사업지 선정을 두고 사천·인천·충주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 사장은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결론이 나서 사천 제2공장 옆 부지에 항공 MRO회사를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천시와 KAI가 대단히 긍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사장은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며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2012년과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다. KAI사장 선임에 앞서 새 정부 첫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김 사장은 감사원으로부터 체계결빙(저온 다습한 비행에서 기체와 날개에 얼음이 발생하는 현상) 지적을 받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 대해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지난주부터 지속적으로 납품이 되고 있다”면서 “내년에도 육군 등에 약 30여 대가 납품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수리온 기체를 모델로 한 ‘수리온 파생형 헬기사업’을 강조했다. 이날 처음 공개한 수리온 산림헬기의 경우 2000L의 물을 빨아올려 저장한 뒤 시속 240㎞로 비행하며 산불을 진화할 수 있다. 내년 4월 납품 예정인데 산림청이 보유한 첫 국산 헬기가 될 전망이다. KAI는 향후 산림헬기·경찰헬기·소방헬기·해양경찰헬기 등 다양한 수리온 라인업을 구축해 외국산 헬기 의존도를 줄여갈 방침이다.

미국 차세대 고등훈련기(APT· Advanced Pilot Training) 수주전은 사업자 선정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져 다소 여유가 생겼다. 입찰전은 KAI가 속한 록히드마틴 컨소시엄과 보잉 간 경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년 2~3월 중 제안가 결정 등 내부 절차를 거쳐 상반기 내 사업자가 선정될 전망이다.

김 사장은 “APT는 냉정히 말하면 록히드마틴의 사업이고 우리는 협력업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파트너 관계지만 ‘비행기 단가를 더 낮춰보라’는 록히드마틴과 ‘저가 수주는 안 된다’는 KAI 간 신경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사장은 “제안가를 (비행기 원가) 최저가 이하로 낮추면 배임이 될 수도 있고, 최저임금 문제도 있는데 협력업체를 더 이상 쥐어짤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내년도 사업계획과 관련해 김 사장은 “아르헨티나·보츠와나·필리핀 등과의 FA-50 수출 계약, 인도네시아로의 수리온 수출은 건별로 확실시되거나 최소 50% 이상 가능성이 있다”며 “민수 분야도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악조건이 있지만 매출 1조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천=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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