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중국 당대회 관전포인트는 ‘포스트 저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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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하현옥 경제부 기자

하현옥 경제부 기자

다음 달 18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는 세계가 주목하는 빅 이벤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2기 지도부 가 새로 짜이기 때문이다. 정치만 그런 게 아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향후 중국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줄 ‘포스트 저우샤오촨’의 향방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2002년 부임한 뒤 15년간 중앙은행장 자리를 지켰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재임 기간(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중국의 그린스펀’이라는 별명이 달리 붙은 게 아니다.

이제 저우 총재가 무대를 내려올 때가 임박한 듯한 분위기다. 공식적인 이유는 나이다. 올해 69세인 저우 총재는 장관급 정년(65세)을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자연스러운 퇴진으로 넘기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있다. 금융 적폐 청산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4대 국유은행 중 중국은행과 중국건설은행의 회장이 지난달 교체됐다. 다음 칼끝이 저우 총재를 겨냥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스터 런민비’로 불리는 저우 총재는 중국 금융 개혁과 자유화 정책을 이끌었다.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된 것도 그의 성과다.

국제 통화시스템 개혁의 불도 그가 지폈다. 2009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미국 달러 중심 체제에 반기를 들며 새로운 기축 통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후 신흥국의 IMF 궈터(지분) 조정까지 이뤄졌다.

문제는 그가 추진한 금융 개혁과 자유화가 내부 저항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과도한 위안화 공급으로 위안화의 평가 절하 압력이 커지는 등 환율 불안이 초래되고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는 등 금융정책 혼란이 발생했다는 비판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측면에서 중국인민은행은 정부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의 환율과 금리 정책은 실질적 최고 경제정책 결정기구인 재경영도소조 판공실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결정한다. 그럼에도 저우 총재로 인해 인민은행이 상대적인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포스트 저우샤오촨’은 중앙은행에 대한 중국의 속내를 가늠할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년 만에 새로운 미스터 런민비가 탄생할 것인가. 당 대회가 흥미로워진다.

하현옥 경제부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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