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사 흉기로 살해하고 "피해망상 있어 선처해달라"는 고객

중앙일보

입력

자신의 원룸에서 인터넷 수리 기사를 흉기로 살해한 피의자. [사진 연합뉴스]

자신의 원룸에서 인터넷 수리 기사를 흉기로 살해한 피의자. [사진 연합뉴스]

다섯식구의 든든한 가장이자 성실한 인터넷 수리 기사가 고객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달 16일이다. 50대 인터넷 기사는 수리 요청을 받고 원룸에 방문했다가 느닷없이 휘두르는 고객의 흉기에 목수믈 잃었다.

30일 충북 충주의 도심 한복판에 사건 피해자의 딸 A씨(23)가 "인터넷 기사의 억울한 죽음, 탄원서 서명 부탁드립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서있었다.

A씨는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아직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하염 없이 눈물을 흘린다"며 "아버지가 끔찍하게 모셨던 80대 할머니 역시 한동안 쓰러져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슬픔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A씨는 피의자가 피해 망상 증세를 내세우면서 법정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거리로 나섰다.

거리로 나선 피해자의 딸 [사진 연합뉴스]

거리로 나선 피해자의 딸 [사진 연합뉴스]

A씨는 "피의자는 집에 흉기를 준비했다. 명백하게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가벼운 처벌을 받기 위해 우발적 살인이나 정신이상 증세가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데 솜방망이 처벌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피의자가 과도한 피해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밝혔다. 피의자를 면담한 경찰 프로파일러는 "피의자는 인터넷 업체가 고의로 자신을 해코지했다는 생각을 해오다 피해자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냈다.

경찰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은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피의자의 피해망상 증세와 관련,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신감정 의뢰를 검토, 법원에 신청해 C씨의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거리로 나선 피해자의 딸. [사진 연합뉴스]

거리로 나선 피해자의 딸. [사진 연합뉴스]

한편 숨진 인터넷 수리 기사는 아내와 80대 노모, 대학교에 다니는 A씨 등 2명의 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성실하게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피의자를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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