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3개 자사고 교장들 “재지정 취소 땐 법적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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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을 비롯해 일부 시·도교육청이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들 학교가 본격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공론화 없는 일방 추진 즉각 중단 #강행 땐 모든 수단 동원 맞설 것” #전국 외고 교장연합도 오늘 모임

서울 지역 23개 자사고 교장들은 21일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가 입시 기구로 전락해 사교육을 부추기고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주장은 자사고 폐지론자들이 씌운 얼토당토않은 누명일 뿐”이라며 “자사고 폐지 정책은 정치적 진영 논리에 입각한 전형적 포퓰리즘”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세목(중동고 교장) 전국자사고교장연합회장은 “문재인 정부와 조희연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에 대해 자사고 측과 협의하거나 사회적으로 공론화 자리를 가진 바 없다”며 “독재적 발상에 따른 일방적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8일 경문고·세화여고·장훈고 등 자사고 3곳의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회는 이와 관련해 “단 1개 학교라도 지정이 취소되면 서울 23개 자사고는 힘을 합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고 등은 5년마다 교육청으로부터 재지정 평가를 받으며, 지정취소되면 일반고로 전환된다.

연합회는 이어 “그간 자사고들은 국가 시책을 믿고 수백억원에 이르는 인프라 투자를 해 왔다. 조 교육감이 법령에 근거하지 않고 부당한 평가로 자사고를 취소하려 한다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국외국어고등학교 교장협의회도 22일 서울에서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최진관(부일외고 교장) 협의회장은 “외고가 사교육의 주범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 부문에 사교육 열기가 남아 있는 것이지 외고가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볼 수는 없다”며 “협의회 차원에서 (외고 폐지론과 관련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3곳과 서울외고 등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 그 내용에 따라 해당 학교는 물론 학부모, 교원 단체 등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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