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환자에 '알아 그 미친년' 표현한 간호사 모욕죄 무죄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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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내부 메신저에서 환자를 ‘미친년’이라고 표현해 모욕죄로 재판에 넘겨진 간호보조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시 종로구의 한 대학병원 암센터에서 근무하던 간호보조원 김모(39)씨는 지난해 8월 간호사들끼리 사용하는 메신저 채팅방에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눴다. 동료 간호사가 환자 A씨에 대해 “아, 그때 그분”이라고 말하자 김씨는 “알아 그 미친년”이라고 답했다.

A씨는 한 달 전쯤 암센터를 찾아 진료를 받은 환자였다. 당시 오전 11시15분에 진료가 예약돼있었지만 A씨는 오전 9시쯤 진료준비실을 찾아 “지방에 가야한다”며 빨리 진료를 봐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환자들 때문에 시간이 지연되자 진료실 출입문 앞에서 팔장을 끼고 서서 김씨를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진료를 받기는 했지만 A씨는 담당 의사에게 “김씨 때문에 진료가 늦어졌다”고 항의를 했다.

한 달 뒤 다시 병원을 찾은 A씨는 우연히 김씨가 메신저에서 자신을 ‘미친년’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자 모욕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박강민 판사는 “모욕죄의 성립 요건인 ‘공연성’은 특정인을 두고 한 이야기가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뜻한다”며 “김씨가 쓰던 메신저는 사용자가 특별히 보관을 원하지 않으면 대화창을 닫는 즉시 대화내용이 삭제되는 점, 김씨가 글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는 점 등을 볼 때 범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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