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측에 불리한 부분도 있다" 서울대 교수 '보고서 조작' 항소심서 감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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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레킷벤키저 측의 부탁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불분명하다'는 보고서를 쓴 혐의로 지난해 구속된 조명행(58) 교수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보)는 28일 조 교수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종보고서에 옥시레킷벤키져에게 불리한 부분도 포함되는 등 조 교수가 옥시 측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보고서를 조작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조 교수의 혐의 중 수뢰 후 부정처사와 증거위조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옥시가 서울대에 지급한 2억 5000만원의 연구용역비 중 5600만원을 빼돌려 기자재 구입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사기)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조 교수가 옥시로부터 개인 계좌로 받은 자문료 1200만원에 대해서는 "실제로 자문을 한 사실이 인정되고, 옥시 측이 보고서 조작을 부탁하며 대가를 지급하려 했다면 연구비로 주면 되지 자문료 명목으로 줄 이유가 없다"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옥시로부터 돈을 받고 데이터를 빠뜨리거나 살균제 성분 유해성을 드러내는 실험을 누락해 옥시에게 유리한 보고서를 만들어 준 혐의로 조 교수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옥시가 서울대에 지급한 2억5000만원의 연구용역비와 조 교수 계인 계좌로 보낸 1200만원의 자문료를 보고서 조작의 대가라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이같은 점을 인정해 "조 교수가 독성학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서 사회적·도덕적 책임이 있지만 옥시 측 금품을 받고 연구 윤리를 위반했다"면서 징역 2년과 벌금 2500만원,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조 교수 측과 검찰 측은 각각 "연구용역 자문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직접 관련이 없는데 형이 너무 무겁다""연구발표의 진실성을 침해한 중대한 범죄인데 형이 너무 가볍다"면서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조 교수 측의 손을 들어줬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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