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들 “탄핵 사유 충분” 중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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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일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60)씨 등의 범행에 가담한 공범으로 판단함에 따라 ‘탄핵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공권력 남용해 위법 행위”
박한철 헌재소장 내년 1월 임기 끝
새 소장 임명까지 수개월 걸릴 수도

법조계에선 검찰이 이날 발표한 내용만으로도 탄핵 추진에 무리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3자 뇌물수수 등은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선 빠진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유만으로도 국회가 탄핵소추를 할 사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순실씨나 정호성 전 비서관과 공모해 범죄 행위에 관여했던 사실만으로도 탄핵 사유가 된다. 공소장 적시 사실을 떠나서 헌법 유린 자체로도 탄핵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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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인 갈등을 배경으로 탄핵소추됐던 것과 달리 박 대통령은 직접 공권력을 오·남용해서 위법 행위를 한 것”이라며 “국민이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현 상황에서 탄핵 요건은 충분히 갖춰졌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의 장애물은 사유에 해당하느냐 보다는 현실적인 탄핵 절차에 남겨진 곤란함에 있다. 당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내년 1월로 임기를 다한다. 만약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한 성향의 새 재판소장을 임명하려 들면 임명을 둘러싼 갈등만으로 수개월이 흘러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이미 문제가 된 발언 등이 노출돼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때와는 달리 사실 인정부터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것”이라며 “거기에 새 재판소장 임명 문제까지 걸려 있어 박 대통령 임기 내에 탄핵심판이 마무리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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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절차는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가 발의한 탄핵소추결의안이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통과되면 개시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소추 사유 중 어디까지를 사실로 인정할 것이냐와 그렇게 인정된 사실이 대통령 직을 내려놓아야 할 정도로 중대한 범죄냐에 따라 판단을 달리하게 된다.

임장혁·조진형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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