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종범 다이어리 중 대통령 지시사항에 재단 이름 미르와 함께 임원도 적혀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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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조사를 두고 변호인을 통해 검찰과 힘겨루기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형사사건의 피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시민단체가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모든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고발사건 피의자로 등록된 상태였다.

검찰 “대통령 공모 입증 정황”

당시엔 함께 고발된 인물이 여러 명인 데다 고발 내용의 범위가 넓어 실질적인 피의자로 보기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참여연대 등 3개 시민단체가 박 대통령을 업무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와 관련해 직접 고발하며 실질적인 피의자가 됐다.

고발 내용엔 박 대통령이 최순실(60·구속)씨와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모금하는 과정(직권남용)에 직접 개입했다는 것 등 구체적 혐의가 담겨 있다.

검찰도 안 전 수석에게서 최근 받은 다이어리에서 두 재단과 관련된 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을 파악했다. 다이어리의 ‘대통령 지시사항’이란 항목에는 재단의 이름은 ‘미르(용)’이고 그 뜻과 함께 임원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수사팀은 이 내용을 박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를 입증해 줄 수 있는 정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현직 신분을 고려해 실질적으론 피의자가 아니라고 해 왔으나 검찰 조사에서 관련 의혹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분명한 피의자 신분”이라고 말했다. 당초 검찰은 박 대통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며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받는 피의자성 ‘진술조서’를 받으려 했다. 검찰은 대면조사를 거부한 박 대통령을 향후 조사하게 되면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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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찰은 최씨 등에 대한 혐의를 기술하면서 박 대통령이 연루된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와 안 전 수석, 정호성(47·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혐의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연루된 내용을 압수한 수첩·메모·휴대전화 등 증거물과 측근들의 진술로 확인했다”며 “간접적으로 적을지, ‘공모’라는 표현을 직접 넣을지 최종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 등과 함께 기업들의 민원 해결을 약속하면서 두 재단 출연금을 받고 추가로 지원금을 요구했다는 의혹(제3자 뇌물)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 조사 이후 혐의에 추가할 계획이다.

오이석·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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