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문·안 만난 뒤 “대통령 탈당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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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7일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 뒤 사무실로 가는 김 전 대표의 모습이 엘리베이터 문에 반사돼 보인다. [사진 김현동 기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7일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 뒤 사무실로 가는 김 전 대표의 모습이 엘리베이터 문에 반사돼 보인다. [사진 김현동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7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제1호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적을 버려야 한다. 보수의 궤멸을 막아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국회추천 총리, 거국내각 등
야권 수습책과 대부분 일치
“김병준 지명 철회 검토를”
이정현, 청와대에 입장 전달

당 비박계의 좌장 격인 김 전 대표는 “헌법의 최종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하며 국정을 운영했다”며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이라는 공적 권력이 최순실 일가가 국정을 농단하고 부당한 사익을 추구하는 데 사용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에게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국회에 총리 추천 요청 ▶거국중립내각 구성 즉각 수용 등을 요구했다.

김 전 대표는 회견에 앞서 지난 5~6일 야권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연쇄 회동했다고 측근 인사는 전했다. 회동 후 김 전 대표가 내놓은 박 대통령 탈당→김 후보자 지명 철회→국회의 총리 지명→거국중립내각 등의 해법은 야권의 수습책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헌법 가치를 위반한 대통령은 탄핵의 길로 가는 것이 헌법정신”이라고도 주장했다. 다만 김 전 대표는 “(탄핵은) 국가적으로 너무나 큰 불행이어서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후) 거국중립내각으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야권도 이날 한목소리로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 지명 철회 후) 국회에서 여야가 추천한 총리 후보자를 대통령이 지명하고 내정의 전권을 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민주당의 퇴진 투쟁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김 후보자 지명 철회와 박 대통령의 탈당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확답을 피하며 정국 수습을 위한 여야 영수회담에서 논의하자는 카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날 새누리당을 방문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 인준 문제도 영수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했지만 김 후보자 지명 철회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이정현 대표와 최경환 의원 등이 ‘야당이 반대하면 김 후보자 카드가 관철될 수 없는 상황에서 꼭 영수회담에서 논의하겠다고 고집할 게 아니라 김 후보자의 지명을 먼저 철회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조만간 청와대가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글=서승욱·이지상 기자 sswook@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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