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낙인’ 논란 생리대 지원, e메일로도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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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청소년이 보건소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e메일로 생리대 지원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의 생리대 지급 방식이 청소년에게 ‘가난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비판에 12일 내놓은 대책이다.

보건소에서 직접 받는 방식 바꿔
대리인·택배로 수령 가능하게

생리대 지원은 이달부터 시작됐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30억원을 편성했다. 지난 5월 생리대 가격의 급등으로 저소득층 청소년이 생리대 대신 수건, 신발 깔창으로 대신한다는 얘기가 돌자 긴급 도입했다. 중위소득의 40% 이하(4인 가구 175만6570원)인 의료·생계급여 대상 가정의 11~18세 청소년 19만8000명, 지역아동센터 등의 시설 이용자 9만2000명이 지원 대상이다.

그러나 생리대를 지급하는 방식에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가 지난달 말 지자체에 보낸 지침에 따르면 보건소·보건지소에 생리대를 비치하되 저소득 여성 청소년들이 이곳을 직접 방문해 받도록 했다. 보건소에서 신청서를 작성해 자신이 지원 대상인지 확인받아야 한다.

어린 여학생이 보건소를 방문하는 게 쉽지 않다는 비판부터 나왔다. 또 신청서에 ‘저소득층 여성청소년 생리대 지원을 신청합니다’고 기재돼 있어 청소년에게 가난한 가정임을 확인하도록 강요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겉이 드러난 채로 108개의 생리대 꾸러미를 들고 가야 하고 ▶11세 밑으로 초경 연령이 내려가는 추세라는 걸 고려하지 않았으며 ▶사이즈를 선택할 수 없다는 등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 같은 비판에 복지부는 앞으로는 e메일로 생리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또 부모·조부모 등 가족이 대신 신청·수령할 수 있게 하고, 보건소에 신청할 때는 되도록 여성 공무원이 별도 공간에서 신청을 받게 했다.

생리대는 불투명 봉투에 담아 지급하고, 보건소 직원이 주민 건강관리 등의 목적으로 가정을 방문할 때 전달하는 방법도 병행할 수 있게 했다. 지역 사정에 맞게 신청·수령 방식을 운용하되 필요할 경우 택배로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사이즈를 받을 수 있게 하자’ ‘대상 연령을 내리자’는 제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 생리대가 대·중·소 크기로 36개씩 한 꾸러미로 포장돼 있어 크기별로 다양하게 지급할 수 없고 ▶초경 연령이 10세 이하인 청소년은 2.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상 연령을 낮추지는 않되 지자체가 필요하면 융통성 있게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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