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버렸다" 영화 '아수라' 살벌한 대사 때문에 경찰 긴급출동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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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의 한 장면

지난 3일 새벽 0시 20분께 부산 사상경찰서 덕포 파출소로 두 명의 여성이 찾아와 "친구가 위험하다. 납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인 A(32·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신음소리과 함께 "죽여버렸다" "이렇게 해놓으면 어떡하냐"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는 것이다.

두 명의 여성은 A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계속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위치추적했다.

A씨의 위치가 북구 화명동에 있는 자택으로 파악되자, 경찰은 순찰차 3대와 경찰 10명을 급파했다. 새벽 1시50분께의 일이다.

출동한 경찰은 잔뜩 긴장한 채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곧바로 A씨가 문을 열면서 긴장감은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A씨는 신상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집안에서도 범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밤 늦게 집 근처 극장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누아르 영화 '아수라'를 보고 귀가했다.

하필 스크린에서 '죽여버렸다' 등의 살벌한 대사가 흘러나올 때, A씨가 자신도 모르는 새, 스마트폰 조작실수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친구들은 이같은 사정을 모른 채, A씨가 위급한 상황에 빠진 것으로 착각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A씨는 "영화를 보면서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에 전화한 것도 몰랐다. 아무튼 신경써준 친구와 경찰에게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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