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한미약품 올리타정 제한적 사용 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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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이 개발해 국내에서 시판 중인 폐암 신약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이 부작용 발생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제한적이란 의사가 부작용 가능성을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복용 동의를 받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뜻이다. 이런 조건으로 신규 환자도 사용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올리타정에 대해 제한적 판매 허가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부작용 상세 설명, 복용 동의 받아야
“허가 취소, 환자 안전 지켜야” 지적도

올리타정은 말기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암치료제다. 식약처가 지난 5월 이 치료제의 판매를 조건부로 허가하면서 6월 초 시판됐다. 하지만 중증피부이상반응(피부 괴사와 수포 등이 나타나는 급성질환)이란 부작용이 시판 전후에 발생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65세 남성이 중증피부이상반응을 보이다 지난해 7월 폐암 악화로 숨졌는데도 부작용이 나타난 사실이 14개월 후인 지난 9월 초에야 식약처에 보고됐다. 또 지난 4월 임상시험을 받던 57세 여성이 중증피부이상반응으로 숨졌으며 6월에도 부작용 사례가 추가 보고됐다. 그러자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신규 환자에 대해 사용을 제한했다.

위원회는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올리타정을 계속 써서 얻는 유익함이 부작용에 따른 위험성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다른 항암제가 듣지 않는 말기 폐암 환자에게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열홍 고려대 의대 교수는 “부작용 자체는 위중한 사안이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환자들에게 의약품의 접근성, 치료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판매 허가를 유지하는 대신 올리타정을 복용한 모든 환자에게 전수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의사·환자들에게 부작용 발생 가능성과 주의사항도 집중 교육할 예정이다. 다만 식약처는 한미약품의 부작용 늑장 보고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제한적 사용 결정에 대해 참여연대는 “경제 논리를 앞세워 환자의 생명을 경시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앞으로 중증 부작용이 더 많은 환자에게 나타나고 뚜렷한 경향성을 보인다면 아예 허가 취소를 내려 환자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한미약품 주가는 늑장공시 당일(지난달 30일)보다 7.28%(3만7000원) 하락한 47만1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도 9만원대까지 내렸다가 종가 기준 8.33%(9500원) 떨어진 10만4500원을 기록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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