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미시USA 종북 단체 아니다, 명예훼손 소송 승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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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는 한인 여성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미시USA'를 종북 성향 단체라고 보도한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 발행인과 기자가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3단독 장성학 판사는 미시USA 회원 린다 리씨가 인터넷 매체 '블루투데이' 기자인 홍모씨와 이 매체 발행인이자 시민단체 '블루유니온' 대표인 권모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각각 원고에게 100만원씩 배상하라"고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페이스북에 리씨의 사진과 함께 비방하는 등의 글을 올린 양평군의회 송모 의원과 한 교회 집사 이모씨에 대해서도 각각 150만원과 3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에 따르면 리씨 등 미시USA 회원들이 미국 각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자, 권씨와 홍씨는 2014년 9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미시USA를 주도하는 인사들은 종북 성향 단체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반정부 시위를 이끌어온 장본인들이다' 등의 내용의 기사를 7차례 게재했다.

리 씨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내자 권씨와 홍씨는 "해당 기사는 모두 공공적·사회적 의미를 가지는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으로서 언론·출판의 자유에 따라 폭넓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 판사는 "공적ㆍ사회적 의미를 가지는 정치적 이념에 관한 문제의 제기가 널리 허용된다 해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해서는 안된다"며 "원고가 속한 단체가 종북 성향의 단체라거나 원고가 종북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정황을 찾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송씨와 이씨는 페이스북에 원고의 사진과 함께 '저능아' '에이즈 조심' 등의 표현을 게시해 원고에게 정신적인 손해를 입혔으므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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