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이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이기 때문에 법정에서 톤높은 주장을 펴리라 예상은 했지만 방청객들까지 소요를 일으킬 줄은 몰랐읍니다. 더우기 배움의 길에 있는 학생들로서 자기만이 옳다는 주장은 버려야 합니다.』
서울미문화원사건에 대한 첫공판이 소요로 연기된 후 재판장인 이재훈부장판사(43)는 법관생활 13년동안 이 같은 일은 처음 겪었다며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이 같은 소요사태에 대한 법원의 대응책이 없어 가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건 성격상 피고인들이 의사표시를 몹시 갈망하고 있는 것 같아 인정신문에 앞서 참을성 있게 그들의 말을 경청했고 앞으로도 피고인들의 주장을 최대한 들어주도록 분위기를 유지할 생각이나 피고인들과 방청객들이 재판을 방해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리하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공판과정에서 그들의 주장을 펼 수 있을 것입니다.』
재판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이에 못지 않다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부장판사는 서울대법대를 졸업하던 해인 64년 사법시험 4회에 합격, 70년 서울지검 인천지청 검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디딘 후 법관으로 전직, 72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용되면서 사법부에 몸담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