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에 악평했다고 출입금지?… 금투협, 하나투어에 강력대응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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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가 자사에 부정적 의견의 보고서를 낸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회사 탐방 금지령’을 통보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이 침해됐다고 보고 강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교보증권 A 연구원은 하나투어에 대한 목표 주가를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내려서 제시했다. 시내면세점 개점이 미뤄졌고 면세점 사업의 어려움 등을 들어 하나투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대폭 낮춰서 예상했다. 이날 하나투어 주가는 5% 이상 하락했다. 이에 하나투어 측은 다음날 해당 보고서를 쓴 연구원에게 보고서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회사 탐방을 금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금융투자협회는 실태 조사에 나선 뒤 해당 사실을 최근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또한 4일 국내 증권사 센터장 5~6명을 모아 향후 이런 사건이 재발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를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는 여기서 같은 사례가 또 발생하면 모든 증권사가 해당 기업의 분석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금투협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애널리스트 보고서 내용에 대해 상장사가 관여할 경우 아예 커버리지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사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하나투어가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고서 분석을 놓고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기업탐방까지 금지한 건 상장사가 지나친 ‘월권’을 행사했다고 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애널리스트가 기업에 대한 독립적인 분석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지난해 6월에도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현대백화점 경영진이 자 불리한 보고서를 낸 증권사를 상대로 해당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내리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기업에선 설득력이 부족한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기업 주가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많다. 교보증권 연구원의 탐방을 금지한 하나투어 관계자는 “해당 연구원은 면세점 실적 추정치를 산정하는 기준을 총매출액에서 순매출액으로 바꿨고 시장 성장률과 모객성장률 등을 잘못 계산해 오차가 있는 영업이익 전망치를 제시했다”며 “이를 통해 왜곡된 정보가 시장에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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