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핵안보정상회의서 대북 협력 재확인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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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내일부터 열리는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는 북핵 해결 차원의 주요국 간 협력을 재확인해야 할 중요한 자리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원래 테러리스트에 의한 핵 악용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22일 일어난 브뤼셀 테러에서 드러났듯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들은 원전 폭발 계획까지 꾸몄다고 한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그저 흘릴 일이 아니다. 북한이나 IS가 얼마든지 원전을 공격할 수 있는 만큼 만반의 준비가 절실하다. 이를 위한 지혜를 이번 회의를 통해 얻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이번 자리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미·중·일 등 주요 관련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재확인하고 다지는 일이다. 지난번까지는 중국 거부로 북핵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를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북핵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철저한 대북제재가 이뤄지도록 물샐 틈 없는 공조를 끌어내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번 회의는 극히 민감한 시점에 열리게 됐다. 북한은 5월 7차 노동당 당대회를 앞두고 5차 핵실험을 감행할 공산이 크다. 만약 실험이 감행되면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험이 성공하고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보태지면 보통 일이 아니다.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이라는 북한의 야욕이 완성되는 셈이다.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추가 핵실험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일 압박과 함께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사드(THAAD) 배치 등을 놓고 한·중 관계가 악화된 터라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 양국 간 관계 개선에 노력할 일이다.

며칠 전 미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한·일 핵무장 허용론’를 꺼낸 것도 예사롭지 않다. 그의 발언으로 잠잠했던 한·일 양국 내 핵무장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까지 보인다. 그가 제기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마저 힘을 받으면 한·미 동맹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이런 사태가 없도록 박 대통령과 참모들은 미 인사들에게 트럼프의 논리적 모순을 호소력 있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