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콧수염 스노보더 삼코바 "새로운 콧수염 기대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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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 겨울 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크로스 경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에바 삼코바(23·체코)는 양팔을 들고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런데 여자인 그의 얼굴에는 콧수염이 그려져 있었다. 콧수염이 힘을 내게 해 준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25일부터 평창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열리는 2016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크로스 월드컵에서도 삼코바의 콧수염을 볼 수 있다.

삼코바는 예선을 하루 앞둔 24일 처음으로 연습주행을 했다.

그는 환한 표정을 지으며 "코스가 정말 크다. 내게는 조금 어렵지만 아주 재밌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연습을 마친 그의 얼굴은 깨끗했다. 삼코바는 "내 얼굴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질문했다. '당신이 올림픽에서 콧수염을 그린 게 한국에도 알려졌다'고 하자 "정말이냐"라고 물었다. 삼코바는 "지난주 러시아 서니밸리 월드컵에 참가했다가 바로 와서 조금은 피곤하다. 내 짐가방이 도착하지 않는 소동도 있었다. 하지만 평창의 시설이 정말 좋다. 만족스럽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삼코바가 수염을 그리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특히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 5위에 오르면서부터 화제가 됐다. 정점은 소치 올림픽이었다. 삼코바는 체코 국기에 들어가는 빨간색, 흰색, 파란색으로 멋들어진 수염을 그리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개인 홈페이지에도 수염 모양이 그려져 있을 정도다.

삼코바는 "폴란드 선수와 내기를 하면서 그리게됐는데 그 이후로 쭉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창 올림픽은 물론이고 이번 월드컵에서도 콧수염을 그릴 생각"이라고 했다. '어떤 모양인지 힌트를 달라'는 질문에는 미소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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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종목인 크로스(cross)는 말 그대로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고 벌이는 크로스컨트리(일정한 거리를 두고 벌이는 경주)다. 12도 정도의 경사로 만들어진 1000m 가량의 코스를 4~6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순위를 가린다. 눈 언덕이 약 100m 간격으로 설치된 데다 사이클 벨로드롬처럼 경사진 뱅크 트랙, 점프대, 장애물도 있다. 선수들의 몸싸움까지 벌이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크고, 격렬하다

. 25일에는 스노보드 예선, 26일에는 스키 예선, 27일에는 스노보드 결선, 28일에는 스키 결선이 열린다. 올 시즌 월드컵 랭킹 2위인 삼코바는 겨울 X게임에서 10번이나 우승한 린지 자코벨리스(31·미국)와 함께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평창=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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