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절제 최소화’3D프린터 수술법 첫 개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기사 이미지

3D프린터로 제작된 환자 맞춤형 모형(위). 모형에 붙어 있는 색소 주입구를 통해 염색약을 주사하면 암 부위가 채색돼 절제 를 최소화할 수 있다(아래).

국내 의료진이 3D(3차원)프린터를 활용해 유방암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아산병원, 맞춤형 유방모형 제작
암세포 염색약 주입해 정밀 제거

서울아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안세현·고범석 교수와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은 5일 유방암 제거 수술을 할 때 3D프린터로 제작한 환자 맞춤형 수술 가이드(수술 부위를 표시한 모형)를 이용해 암 부위만 정확하게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먼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결과를 3D프린터에 입력한 뒤 환자의 유방에 씌워 꼭 맞는 모형을 출력해낸다. 이 모형에는 암세포의 위치를 정확하게 표시할 수 있는 색소 주입구가 붙어 있다. 이 주입구를 통해 인체용 염색약을 주사하면 암 덩어리 표면에 닿아 암세포만 물을 들인다. 그런 뒤 표시된 부위만 째고 들어가 암 부위를 잘라낸다.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술 가이드 사용에 대한 정식 승인을 받았다. 이후 수술 전 항암 치료의 일환으로 환자 세 명에게 이를 적용했다.

 기존에 유방암 제거 수술을 할 때는 수술 전 환자의 유방에 부분 마취를 한 뒤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암이 있는 부분에 가느다란 미세침을 10여 개 꽂아 잘라낼 부위를 표시했다. 이럴 경우 초음파 검사의 오차를 감안해 실제 암 부위보다 넓게 절개해야 했다. 미세침을 꽂을 때 환자들이 통증과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최근에는 수술에 앞서 미리 항암 치료를 해서 암의 크기를 줄이는 경우가 많은데, 항암 치료를 하면 암 덩어리를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어진다. MRI 영상으로는 암을 집어낼 수 있지만 이를 표시할 방법이 없었다. 새로운 수술법은 이런 기존 수술법의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 교수는 “유방암 제거 수술의 최대 관건은 암을 깨끗하게 도려내면서도 수술 이후 삶의 질을 고려해 유방 조직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라며 “그동안 다소 부정확한 초음파 검사에만 의존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는데 3D프린터를 활용하면서 수술 정확도가 훨씬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