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내각 해산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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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협상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우크라이나 의회가 10일 내각 해산안을 통과시켰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로써 유리 예하누로프 총리 내각은 3월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해산될 위기에 몰렸다.

2004년 12월 '오렌지 혁명'으로 빅토르 유셴코 정권이 들어선 이후 우크라이나 내각이 해산된 것은 벌써 두 번째다. 유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율리야 티모셴코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해산한 바 있다.

정원 450명인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250명의 찬성표를 얻어 내각 해산을 의결했다. 이날 의결은 여당이 거의 불참한 가운데 야당 주도로 실시됐다. 야당 측은 "1000㎥당 50달러 하던 천연가스 가격이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두 배 가까이인 95달러로 올랐다"며 "국민의 부담이 커질 것은 물론 향후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안보에도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카자흐스탄을 방문 중이던 유셴코 대통령은 이 소식을 듣고 "의회의 내각 해산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률 조언을 얻어 이 문제를 헌법재판소로 가지고 갈 계획이라고 BBC 인터넷판은 전했다. 2006년 1월 1일 발효된 개정 헌법에 따르면 의회는 내각해산권을 갖고 있다. 유셴코가 어떤 법률적 근거로 위헌이라고 주장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의회 해산이 결의됐지만 당장 총리와 내각이 바뀌지는 않을 전망이다. 총리와 의회의 권한을 강화한 새 헌법에 따르면 3월 총선으로 구성되는 새 의회가 장관을 지명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하누로프 총리 내각은 이미 힘을 잃어버려 경제 악화와 부패 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던 유셴코 대통령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유셴코는 러시아가 오랫동안 가스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했음에도 안이하게 대처해 신년 벽두에'가스 공급 중단'이라는 극한 상황을 불러왔다는 비난을 샀었다.

이번 내각 해산을 주도한 이는 유셴코의 혁명동지였다가 갈라선 티모셴코 전 총리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티모셴코는 4일 러시아와의 가스 협상이 타결되자 "가스값이 두 배로 오른 것은 누가 봐도 잘못된 협상 때문"이라며 정부를 공격했다. 그가 이끄는 '티모셴코 블록'은 내각 해산과는 별도로 에너지 장관과 국영 가스회사 '나프토가즈'회장 등 협상책임자 해임, 러시아 가스회사인 가스프롬과의 가스 공급협정 폐기 등을 건의하기도 했다.

BBC는 "의회의 내각 해산 결정이 타결된 가스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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