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물고 늘어지겠다” 감동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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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내 환자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김현아(41·사진) 동탄성심병원 간호사가 본지에 보낸 편지(6월 12일자 1, 6면) 내용의 일부다. 그는 6월 1일 동탄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첫 번째 메르스 사망자(25번 확진자)를 진료했다가 격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편지를 썼다. 본인이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더 따스하게 돌보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며 숨진 환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2015 새뚝이 ⑤ 의료·과학 <끝>
‘메르스와 사투’김현아 간호사

김 간호사의 편지는 당시 공포와 불신으로 가득 찼던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데 기여했다. 이후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던 의료진에 대한 응원과 격려가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메르스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번져나갔다. 한때 급증하던 확진자 수는 7월 4일 이후 186명에서 멈췄다. 사망자는 총 38명.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남긴 메르스는 결국 이 땅에서 종식됐다.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김 간호사는 지난 20년간 중환자실을 지켜온 것처럼 생사의 기로에 놓인 중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는 “앞으로 어떠한 질병이 오더라도 우리 의료진은 반드시 국민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종훈 기자

새뚝이=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연 사람을 말한다. 독창적인 활동이나 생각으로 사회를 밝히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중앙일보는 1998년부터 매년 스포츠·문화·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참신한 성과를 낸 이들을 새뚝이로 선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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