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종걸 원내대표, 박 대통령 발언에 반박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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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 지연에 대해 “통탄에 가까운 일", "참담하다" 등의 표현을 쓰며 경제위기론을 언급한데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국민이 바보냐"고 반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계적으로 테러 위협에 노출된 상황에서 테러방지법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통탄에 가까운 일”이라며 “국회와 정치권이 법안 통과를 호소하는 이들의 간절함을 듣고 있는지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 5법이 통과되면 향후 5년 동안 37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내수활성화와 저출산 문제도 크게 개선할 수 있을텐데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국회가 조금이라도 이 분들의 애타는 심정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만을 기다리는 심정 또한 참 참담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올해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5000여자의 원고를 16분 동안 읽으며 “안타깝다”란 말만 세 번 썼다. 이달 초 ‘총선 심판론’으로 야당을 직접 비판하던 것과 달리 최근 박 대통령은 “절박한 심정 이해해 달라”(21일 자치구의회의장단 오찬), “속이 타들어가고 잠도 못 이룬다”(18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오찬)는 식의 감성화법을 쓰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언급하는 대목에선 압박 전략도 구사했다. 박 대통령은 “무디스는 구조개혁과 경제 활성화가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신용등급을 상향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며 “이 것은 구조개혁이 후퇴하면 신용등급을 다시 하향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라고 말했다. 또 “대학 구조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현재 계류 중인 대학구조개혁법의 통과가 절실하다”며 “정부와 대학은 서로 힘을 합쳐 선제적인 대학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법안 처리를 강조하면서 대학구조개혁법안을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의 총선용 ‘경제심리전’ 공격이 도를 넘었다”며 “과거 독재정권이 안보불안 심리를 악용하는 선거용 북풍(北風) 공작을 펼쳤다면 박근혜 정권은 경제불안 심리를 조작하는 경풍(經風) 공작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경제 심리를 철저하게 선거용으로 이용하는 데서 ‘선거의 여왕’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듯하다”며 “그러나 국민이 병신인가, 바보인가. 이제는 더 이상 성공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국민들이 분명히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정부·여당은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 등급으로 올린 결정도 선거용 경풍 공작에 활용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야당 탓에 구조개혁이 늦어지면 국가 신용등급이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식의 억지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신의진 새누리당 대변인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차분하게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막말 퍼레이드로 국민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해선 안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신용호·위문희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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