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탈당, 김한길·박지원 동조 땐 상당수 따라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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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13일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11일 주류·비주류 의원들 모두 긴박하게 움직였다. 특히 비주류 의원 수십 명은 김한길 의원실을 수시로 드나들며 얘기를 나눴다. 김의원은 주변에 함구령을 내리고 본인도 침묵했다.

비주류 핵심 “안 의원에게 의견 전달”
박지원 “거취 고심” 김한길은 침묵
당 중진들까지 문 대표 사퇴 요구

우상호 “안, 탈당 땐 본인도 큰 상처”
일각선 문재인·안철수 담판 요구도

 ◆안철수 탈당→동반 탈당→분당 예상=비주류 의원들은 안 의원의 탈당 선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안 의원이 요구한 ‘혁신 전당대회 개최’에 문재인 대표가 응하지 않았는데 남은 선택지가 탈당밖에 더 있느냐”는 분석이었다. 안 의원과 가까운 송호창 의원은 “ 이제 다 끝난 일”이라며 “탈당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비주류 측은 안 의원 탈당 시 동반 탈당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 탈당 시 거취와 관련해 “고민하고 있다”며 “유권자가 문 대표의 변화 없이는 안 된다는데 어디로 가야 하겠느냐”고 말했다. 비주류 핵심 의원은 “선거구 획정이 안 된 상태여서 안 의원이 탈당하더라도 당장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김한길·박지원 의원이 나가면 상당수가 따라 움직일 것이라는 얘기가 안 의원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의원 탈당 시 본인도 탈당할 것이라고 말해온 문병호 의원, 호남의 유성엽·황주홍 의원 등도 동조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많다. 유 의원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가칭)국민회의’의 13일 창당발기인대회 때 축사를 한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때 안 의원을 도왔던 한 인사는 “안 의원이 호남 의원들보다는 참신하고 개혁적인 성향의 인사들을 더 원할 것”이라고 했다. 주승용 의원은 “지금 유일한 해결책은 문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당 최고위원회에선 유승희 최고위원이 ‘문 대표 퇴진과 통합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했다.

 ◆문재인 대표, 안 의원 만날까=주류 쪽도 안 의원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문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안 의원이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 대표가 안 의원 기자회견(13일) 전에 안 의원과 담판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문 대표 측근들은 “다시 만난들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부인했다.

 주류 쪽 우상호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하면 당도 큰 피해지만 안 의원 본인도 상처가 클 것”이라면서 “창당이 쉽지도 않을 것이며, 안 의원이 나가더라도 당장 따라 나가는 현역 의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희상·이석현 의원 등 3선 이상 중진 의원 14명은 이날 ‘문(재인)·안(철수)이 협력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당대회는 비대위 협의로 결정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중진 의원들이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상황을 수습하려는 노력을 해줬으면 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비대위원장은 맡지 말고, 전당대회는 받아야 한다는 뜻”이라며 “무장해제시키겠다는 뜻”이라고 반발했다.

김형구·강태화·이지상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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