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도 일종의 창작" 대학서 인재 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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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번역가 양성 기관은 영문학 종주국 영국에도 있다. 세계적인 작가 W G 제발트(1944∼2001)가 1989년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에 설립한 영국문학번역센터다. 이 센터의 역할은 한국문학번역원과 방향이 반대다. 영문학 해외 번역가가 아닌 외국문학 영어 번역가를 기른다. 영국 독자들에게 다양한 세계문학을 소개하려는 취지다.

라지 영국문학번역센터 원장
세계번역가대회 참석차 방한

영국문학번역센터 원장인 덩컨 라지(50·사진) 박사가 지난달 한국문학번역원이 개최한 세계번역가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독일 철학자 니체의 저서를 영어로 번역한 번역자이기도 한 그는 “우리는 문학 번역을 문예창작의 일종으로 보고 접근한다”고 소개했다. “그러기 위해 번역센터를 문예창작 단과대 내에 두고 있다”고 했다. 문학 번역은 단순한 언어 번역이 아니라 창작 수준의 가공 과정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얘기다.

 또 “번역 과정에서 작품 내용의 손실도 있겠지만 얻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가령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할 때 영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독일어 어휘가 나올 경우 창조적으로 새로운 영어 표현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자신의 번역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센터가 올해까지는 영국 예술위원회의 재정 지원을 받았지만 내년부터는 민간 기관이나 재단에만 의존해 꾸려갈 예정”이라고 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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