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또 M&A 승부수 … 롯데, 화학 포트폴리오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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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롯데케미칼은 삼성으로부터 고부가가치 사업을 넘겨 받으면서 화학 분야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됐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매출 90% 이상이 에틸렌 등으로 만드는 범용 석유 화학제품이다. 후발 주자도 설비만 갖추면 쉽게 따라올 수 있어 중국 업체 등으로부터 추격이 우려됐다.

신 회장 경영수업 케미칼서 시작
3조원대 인수 대금 마련은 과제
삼성, 화학사업서 완전히 손 떼
통합삼성물산 중복사업도 정리할 듯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에 온 뒤 경영수업을 1990년 롯데케미칼에서 시작했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 8월에도 말레이시아 부타디엔 고무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미국·우즈베키스탄 등지에도 화학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은 신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다.

 롯데는 큰 그림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 경기 침체와 석유값 하락에 따른 업황 악화로 석유화학 업체들이 대거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가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3사의 화학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 지가 과제다.

 약 3조원대에 달하는 인수대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하는 것도 과제다. 올 상반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단기차입금은 1조1495억원이다. 임직원 위로금 등 삼성이 한화에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등 4개 회사를 넘길 때 겪었던 ‘진통’도 우려된다.

 삼성이 화학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됨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다음 타깃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을 추진했지만 시장의 반대로 무산됐고 최근 들어 두 회사의 실적마저 고꾸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0%에 달하는 임원을 구조조정한 바 있는 삼성중공업은 올 연말 또 한번의 인력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내년 초 1조20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예고했다. 하지만 삼성SDI(13.1%)와 삼성물산(7.81%)이 그만한 현금을 댈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결국 삼성 오너가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에 남은 또 다른 숙제는 전자와 바이오다. 삼성은 지주회사인 통합삼성물산이 출범할 때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취약한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삼성SDI에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몰아주고 삼성전기를 구조조정해 사실상 삼성전자의 자회사 형태로 만든 것도 ‘전자’사업군 정리를 위한 사전작업이란 해석이 나온다. 내년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을 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어떻게 키우느냐도 관심사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화학사업 정리는 큰 틀에서의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며 “통합삼성물산의 중복 사업정리도 곧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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