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역유지 행세하며 환경단체보조금 횡령한 60대 구속

중앙일보

입력

민간 환경단체를 만들어 지자체 보조금을 챙긴 6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사무실에 여러 개 단체의 명판을 걸고 표창장 등을 게시하며 지역 유지 행세까지 했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28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황모(62)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황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서구 검단동의 한 빌딩에 환경단체를 차린 뒤 인천시로부터 6차례에 걸쳐 민간단체 수질 보전 활동 지원 사업 보조금 6714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그는 2000년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8층짜리 건물 일부를 사들인 뒤 2009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입주자들에게 관리비 명목으로 71차례에 걸쳐 3억2700만원을 걷어 이 중 2억300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황씨는 2008년 민간 환경단체를 만들었다. 회원으로 등록한 20여 명은 모두 황씨의 지인이었다. 이 단체는 1년에 1~2차례 하천 쓰레기 줍기 같은 행사를 진행했을 뿐 환경과 관련한 활동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인천시에 매년 ‘활동예정보고서’를 제출해 6년 간 보조금을 타냈다고 경찰은 전했다.

황씨는 이 보조금을 회원 명의 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이용해 인건비를 지급한 것처럼 꾸민 뒤 생활비 등으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역 유지 행세도 했다. 자신의 사무실에 각종 위촉장과 지자체 등에서 받은 표창장 수십 장을 게시했다. 사무실 앞에는 'XXXX환경연합 인천지역본부' 등 환경단체와 환경 관련 인터넷 언론사 등 9개 명판도 걸어놨다.

이를 본 건물 입주자들은 황씨를 지역 유지라고 생각해 울며 겨자먹기로 부당한 관리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황씨는 친분 등을 이용해 지자체 추천을 받아 실제로 일부 정부기관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며 "황씨처럼 환경 보조금을 유용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