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 2억어치 산 간 큰 여직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회사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 2억원어치를 사 사적으로 쓴 ‘간 큰’여직원이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김한성 판사는 20일 업무상배임 및 야간건조물침입절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33ㆍ여)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의료기기 관련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2011년 6월부터 비서 겸 안내원으로 근무하다 2012년 10월부터 총무과장 대리로 일하면서 법인카드, 법인인감, 회사출입카드 등을 관리했다. 그러다 2013년 8월 31일 법인카드에 손을 댔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 백화점을 방문한 A씨는 법인카드로 50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했다. 그런 뒤 이를 현금화해 물건을 사버렸다.

A씨는 다음 달에도, 그 다음 달에도 같은 일을 저질렀다. 12월 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구입한 백화점 상품권 액수만 1억94000만원에 달했다. A씨는 같은 달 말 퇴사했다. 하지만 한번 생긴 소비벽을 쉽사리 끊을 수 없었다.

2014년 5월 29일 새벽 1시15분, A씨는 퇴사한 회사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퇴사할 때 갖고 나온 방문객 출입증을 이용해 사무실로 들어간 뒤 회사 소유의 법인카드 공인인증서 USB를 몰래 갖고 나왔다. 곧바로 근처 PC방으로 향했다.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에 접속해 컴퓨터, 카메라 등 닥치는 대로 샀다.

결제 때는 훔쳐 온 법인카드의 카드번호, 유효기간,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전자기기를 잔뜩 산 A씨는 이번엔 여행 사이트로 들어갔다. 그 자리에서 항공권 69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이렇게 6월까지 사고 싶은 물건 구입비로 3100여만원어치, 항공권과 호텔비용 등 6000여만원어치를 회사 카드로 개인카드 쓰듯 펑펑 썼다. 검찰은 A씨에게 무려 5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김 판사는 “피해 회사를 상대로 계획적으로 여러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질렀다”며 “피해금액이 합계 2억8600만원에 이르는 등 거액인 점, 아직까지 상당 금액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에 비춰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고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한 금액은 전부 변제한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