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명투표 반영 안 되자 비주류 퇴장 … 회의장 나온 최원식 “혁신이 유신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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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재신임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문 대표는 공천혁신안이 16일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었다. 일부 비주류 의원들이 퇴장했지만 이날 중앙위원들은 가결 기준인 재적 과반(289명)을 훌쩍 넘은 340명이 박수로 혁신안을 가결시켰다. 문 대표의 당내 입지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전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실시가 남은 관문이다.

 오후 2시 중앙위가 시작되자 문 대표가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바란다면 혁신을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그러자 비주류 조경태 의원이 “혁신안은 반(反)혁신이므로 문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류 측에서 야유를 보내자 조 의원은 맨 먼저 회의장을 떠났다. 비주류 문병호 의원 등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요구했다. 찬반으로 나뉘어 고성이 오갔지만 결국 공개 투표로 의견이 모아졌다. 문 의원을 비롯해 김영환·유성엽·김동철 의원과 중앙위원 수십 명이 집단 퇴장했다. 회의장을 나온 최원식 의원은 “혁신이 유신(維新)이 됐다”고 주장했다. 중앙위와 관련해 박지원 의원은 “주류는 몰아치고 비주류는 초라했다. 문 대표의 결단만이 당을 구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전날 중앙위 연기를 주장했던 안철수 의원은 불참했다. 안 의원은 불참 이유를 “문 대표가 혁신안 통과에 재신임을 걸지 않았다면 참석해 반대 토론을 했을 텐데 사실상 대표의 진퇴를 결정하는 자리로 변질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앙위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혼란이 있지만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찬성 의사를 밝혔다.

 공천혁신안 가결 후 문 대표는 “중앙위원 절대다수가 혁신안을 통과시켰는데 단합하고 통합시켜 이기는 정당을 만들라는 요구”라며 “이를 받들어 제가 해야 할 책무를 열심히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전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에 대해 문 대표는 “추석 전까지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이르면 주말인 20일을 끼고 투표와 조사가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가 중진들에게 합리적 방안을 내달라고 요청했고, 안 의원과도 재신임 문제를 논의하기로 해 계획이 바뀔 여지도 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문 대표는 재신임 강행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당내에서 명분 있는 대안을 제시하면 정치적 통로는 열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재신임 국면이 끝나면 당 기강을 세우는 작업과 함께 민생과 경제를 중심으로 한 ‘뉴 파티(new party·새 정당) 비전’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내 통합 외에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이나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당외 통합 행보에도 나설 것이라고 한 측근이 전했다. “탈당한 이용섭 전 의원의 복당을 추진하고, 안 의원과 인재 영입을 함께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 측근은 말했다.

 혁신위원인 조국 교수는 이날 “공천기구 구성과 혁신안 실천이 대강 마무리되면 문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백의종군엔 사퇴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김성탁·이지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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