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마다 상임위 바꾸는 국회, 교체 제한 규정 있으나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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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상임위원회 이동(사임·보임)이 484번이나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SUNDAY가 19대 국회 출범 직후인 2012년 5월부터 현재까지 상임위 이동 현황을 다룬 국회사무처 공보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국회의원들이 상임위원 임기 개시 이후 평균 2.5일마다 한 번씩 상임위를 옮겨다닌 것이다. 임기가 아직 8개월이 남았지만 벌써 18대 국회의 상임위 전체 이동 건수(539건)에 육박했다. 국회운영위, 여성가족위 등 겸임 상임위원회의 교체 주기가 잦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현행 국회법상 국회의원들은 분야별로 16개 상임위원회에 소속돼 법안 심사와 국정감사 등 의정 활동을 펼친다. 상임위원의 임기가 2년으로 규정돼 있지만 단기간에 상임위를 바꾸거나 지역 민원이나 개인적인 이해로 상임위를 여러 번 옮겨 다니는 의원들이 많다. 이 때문에 국회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기 상임위로 꼽히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경우 19대 첫 국정감사가 진행된 2012년 10월 당시 24명의 상임위원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위원은 6명에 불과하다. 국토교통위원회도 2012년 31명의 상임위원 중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는 11명에 그쳤다. 한 여당 위원은 “선거를 앞두고 국토위·교문위 등 인기 상임위로 의원들이 몰리는 건 민원을 해결하거나 내년 예산에서 지역구 몫을 챙기려는 이유 때문”이라며 “현안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국감이 대충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상임위원의 무분별한 이동을 막기 위해 국회는 2003년 국회법을 개정해 임시회 회기 중엔 상임위원의 사임·보임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예외조항이 규정의 취지를 무색케 만들었다. 익명을 원한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허가 절차가 형식적이어서 신청만 하면 상임위 이동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게 현실”이라며 “상임위 이동 사유조차 알리지 않는 의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당리당략에 따라 하루짜리 상임위원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새누리당은 해외출장, 지역구 일정 등으로 자리를 비운 의원들을 대신해 상임위원 6명을 대거 교체했다가 하루 만 활동한 뒤 곧바로 바꿨다.

개인적인 이해관계로 상임위를 ‘원포인트’로 서로 맞바꾸는 의원들도 많다. 국토위 소속인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은 지난 7월 10일 같은 당 문대성 의원과 상임위를 바꿔 환노위로 옮겼다가 열흘 만인 20일 다시 환노위를 사임하고 국토위로 복귀했다. 그리고는 “환경부가 경기 용인시를 상대로 260억 원의 국비를 반납하라는 감사 의견을 내서 이를 막기 위해 상임위를 옮겼다”며 지역구민을 상대로 홍보했다.

국감 직전 상임위를 바꾼 의원들로 인해 부실 국감 우려도 나온다.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감을 열흘 앞둔 지난 1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정무위원회로 옮겼다. 그는 지난해에도 국감 직전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외통위로 옮겼다.

미국 의회는 ‘선임 우선주의’ 원칙을 적용해 상임위 경력이 오래된 의원을 예우한다. 자연스럽게 전문성이 쌓인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야 할 국회의원이 개인적 또는 정치적인 이유로 상임위를 옮기는 것은 의정 활동에 대한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의회의 전문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사임·보임 금지 규정을 강화하고, 상임위원 임기를 국회 임기와 일치하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추인영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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