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째 버티는 유승민 … 청와대 “당에서 알아서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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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버티기’가 길어지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3일 국회 운영위에서 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이끌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한 지 8일째다.

 청와대는 지난달 26일을 마지막으로 유 원내대표에 대한 공세를 멈추고 ‘침묵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내부적으론 유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에 부쳐지는 6일 이후 사퇴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지만 일각에선 “유 원내대표가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가 “20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며 업무에 의욕을 보이고 있어서다. 또 그는 7일 운영위원회를 개최할 뜻도 밝힌 상태다. 유 원내대표가 계속 버틸 경우 청와대로선 난감해질 수도 있다. 유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할 방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공세에 나설 경우 정쟁을 일으킨다는 비판에 직면할 게 뻔하다. 박 대통령이 다시 나서 유 원내대표를 비판하기도 부담스럽다.

 청와대는 일단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가 6일 이후에도 계속될 경우 새누리당 내 친박 인사들은 집단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우리도 6일까지 지켜보겠지만 유 원내대표가 그 이후에도 별다른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긴급 최고위원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그래도 해결이 안 될 경우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당무 거부를 하거나 사퇴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친박계 비례대표 의원들과 충청권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 발표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또 친박 강경파인 김태흠 의원 주도로 이미 요건을 채운 의원총회 개최 요구서를 원내 지도부에 제출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할 수도 있다.

 거부권 정국이 불거진 뒤 청와대와 유 원내대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온 김무성 대표도 난감해하고 있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상황이 너무 오래 가면 양쪽 다 상처를 입을 수 있다. 6일 이후에는 어떤 형태든 상황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뜻”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법이 거부권 행사와 본회의 투표 불성립으로 사문화되면 원내대표로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원조 친박계인 한선교 의원은 이날 ‘친박의 추억’이라는 글에서 “6일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친박계가) 집단행동을 한다고 한다.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고 서청원 최고위원에게 부탁했다.

신용호·허진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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